임기명 <엘리콧시티, MD>
나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시골 우리집 머슴아저씨가 통나무를 톱으로 썰어 만든 나무바퀴 달린 구루마(wagon)에서부터 시작해서 Y자형 나무에 역시 통나무 바퀴 세 개를 붙인 세발 구루마를 거쳐, 진짜 두발자전거 5스피드 기어 달린 자전거, 공냉식 소형엔진을 붙인 자전거 딸딸이, 50cc 혼다 오토바이, 90cc 오토바이, 0.5톤 소형삼륜차, 1300CC 중고자동차, 소형 현대 포니, 이민 후엔 세보레 큰 밴, 미니밴과 답?차를 거쳐 환갑이 지난 현재는 똥차라도 전 가족이 모두 차 한 대씩 타고 다니는 미국식 중산층(?)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니 타는 것에 관한 한 원시시대부터 현대 과학시대까지 두루 거친 셈이다.
자전거 타기가 하도 재미있어 초등학교 때 자전거포에서 중고자전거를 빌려 타느라 차비를 다 까먹고 종로1가에서 청량리 삼촌 집까지 걸어다닌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원효로에서는 핸들에서 손을 떼고 달리다가 앞바퀴가 전차레일에 걸려 나가 떨어져 아스팔트 위에 뒹군 적도 있으며, 좁은 길에서 앞에서 걸어오는 아주머니를 피하다가 핸들방향을 바꾸는 방향과 아주머니가 피하는 방향이 계속 일치해서 유감스럽게도 아주머니 가랭이를 세게 들이받아 혼구멍이 난 적도 있었다. 또 고등학교 때 물리반에서 자동차 변속기 모형을 보고 자전거에도 간이식 변속기를 달면 오르막도 자전거에서 내려 끌지 않고 계속 타고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잠도 제대로 안 자고 공상에서 몽상까지 갔었지만 얼마 후 전연 다르고 간단한 방식의 5단 기어를 붙인 자전거가 한국에도 시판되어 나의 발명왕(?)의 꿈이 무산된 적도 있었다.
자전거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데 그 중 가장 으뜸인 것은 계속 달리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사업도, 장사도 계속 움직이고 달리면서 걱정도 하고 고민도 하고 부부싸움도 하고 잔치도 해야지, 이래서 가게문 닫고 저래서 쉬다보면 움직이지 않는 자전거는 쓰러지고 마는 것처럼 우리 인생이나 장사도 결국 쓰러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또 한가지 자전거에서 배우는 교훈은 달리면서 계속 균형을 유지하지 않으면 그 또한 쓰러진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 또한 생각과 말과 행위 모든 것에 균형이 깨진다면 정신적으로 심히 불안정할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큰 병의 원인을 제공받게 되며 대인관계 또한 원만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불행한 인생, 실패한 인생이 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겠다. 나 또한 성장과정에서 꿈과 마음은 항상 저 멀리 앞에 가고 현실은 전연 아닌 상태의 극심한 불균형의 좌절 속에서 몸부림치다 큰 병을 얻어 인생의 황금기를 낭비한 적이 있다.
또한 자전거를 타면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면 항상 기우는 쪽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틀어야 넘어지지 않는데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어쩌면 하나같이 기우는 쪽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틀어 더 빨리 자빠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이 또한 우리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항상 모자라고 기우는 쪽을 보충하고 북돋아 주어야 함을 암시한다고 보며 자기 특성을 살리거나 소질을 개발한답시고 하고 싶은 것만 열심히 하든가, 잘하는 쪽만 열심히 하다보면 출세는 했는데 인격이나 교양이 없는 박사나 스타, 아니면 돈만 아는 돼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자동차의 경우는 스스로 기울 수 없어 도로자체를 차가 도는 방향으로 기울게 닦아야 하지만 오토바이나 자전거는 우리 몸과 혼연일체가 되어 도는 방향과 속도에 의해 형성되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정확한 힘의 균형선을 따라 스스로 기울며 돈다는 것이다. 자, 모두 자전거를 타고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 보자. 인생을 싣고 달리며 휘파람을 불어보자. 이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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