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거수 경례하는 이정민씨. 앞으로 장교가 되어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배우는 가장 빠른길”
이민 3년8개월된 ‘초짜’
8주 훈련에 언어 극복도
1년중 절반은 함상 생활
베니핏 좋아 장교되고파
“미국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이상, 제대로 미국 사회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군대를 가는 것이 미국을 배우고, 미국 속에 들어오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습니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이정민(32)씨는 미국에 온지 올해로 3년 8개월밖에 되지 않는 ‘초짜’ 이민자.
지난 4월 12일 미 해군에 지원해 8주간의 훈련과 21일간의 제너럴 교육을 마치고 현재 15일간 휴가 중이다. 그녀가 소속된 해군부대는 샌디에고에 기지를 두고 있지만 주로 USS 타라와(Tarawa)라는 배를 타고 복역하기 때문에 1년의 절반은 선상에서 보낸다고 한다. 호리호리한 그녀의 외모를 보면 백인, 흑인 여러 인종의 남성들과 함께 뒤섞여 있는 군대의 혹독한 생활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이정민씨는 직장에서 남녀 사원간에 진급이나 대우에 차별이 있음을 경험하고, 여성도 똑같이 진급할 수 있는 군대에 장교로 지원하려 했으나 나이제한에 걸려 포기했다.
이후 미국에 와 미국 시민인 남편과 결혼해 영주권을 받은 뒤 곧바로 미 해군에 지원했는데 남편을 포함한 주변인들은 군대에 지원하겠다는 그녀를 만류했다고 한다. 딱 한명 그녀의 군대지원을 지지한 사람은 이정민씨의 이모. 45년 전 미국에 온 그녀의 이모는 자립심을 기르고 제대로 된 미국 생활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해야 한다며 군입대를 적극 지원했다. 이정민씨 역시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중간에 쫓겨나는 한이 있어도 한번 해보자는 의지로 지원하기로 했다.
처음 훈련받을 때는 언어도 서툰데다 환경도 낯설어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면서 받는 혹독한 훈련과 군인들의 언어폭력을 끝까지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훈련과 교육에 임했다.
워낙 운동을 잘했던 이씨는 달리기나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등 체력 싸움에서 남성들도 이겨냈다. 동료들도 운동 잘하는 그녀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늘었다.
언어의 장벽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군대 용어는 어차피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한 말이라 처음부터 같이 배운다고 생각했습니다. 훈련을 시작한 뒤 1주가 지나자 군대 용어에 대한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2주가 지난 후에는 완전히 적응했어요. 한달이 지났을 때는 쉽다는 생각마저 들었는걸요”
8주간의 훈련이 끝나고 실제 전쟁 상황을 재연한 전장에 배치되는데, 36시간 동안의 전투를 마치고 ‘해군’(Navy)이라고 적힌 모자를 선사 받았다.
미국국가가 울려 퍼지고 성조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비로소 군인이 된 느낌과 함께 묘한 감동을 받은 순간 그녀는 한국인들이 똑똑하고 많은 면에서 우수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이씨는 장교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희망이다. 장교가 되려면 준비해야 할 시험도 많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도전해보고 싶단다. 장교가 된 이후 자녀도 갖고, 부모님도 초청하고 싶지만 일단은 해보는데까지 군인의 길을 계속 갈 작정이다.
이정민씨는 “여자든, 남자든, 백인이든, 소수인종이든 상관없이 열심히 하면 진급할 수 있는 곳이 군대입니다. 또 보험과 노후복지, 교육면에서 많은 혜택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립심과 애국심, 공동체 의식도 기를 수 있어 젊은 사람들이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지요”라고 거듭 강조했다.
<글·사진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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