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러 가는 문선영씨
문선영(26, 학생)씨는 지난 해 초 무빙 세일에서 자전거를 하나 구입했다. 주말 오전이라 어디 딴히 급하게 갈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행콕팍 주변의 잘 꾸며진 정원과 주택 사이를 천천히 운전하다가 한판 살림살이를 펼쳐놓은 가정을 발견하고는 차를 세웠던 것.
그렇지 않아도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결심했던 참이라 잔디밭에 자전거가 놓여진 것을 본 그녀의 눈은 임당수 물에 몸을 빠뜨렸던 딸 청이를 다시 대한 심학규처럼 번쩍 뜨였다.
가족 구성원 중 누가 타던 것인지 빨간색 색깔이 아직 선명한 자전거는 조금 삐걱이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새 것처럼 말짱했다. 바닷가에서 두어 번 빌려 탈 정도의 말도 되지 않는 가격을 치르고 나서 자전거는 그녀의 수중에 들어왔다. 때로 삶에 있어 중요한 사람, 또는 물건과의 인연은 이렇게 우연하게도 다가오는 법이다.
자전거로 조선 팔도를 여행하며 자신의 애마 자전거에게 ‘풍운’이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었던 여행 작가 김훈씨 처럼 몸과 영혼이 조화롭게 모두 건강한 상태를 꿈꾸며 자전거를 구입한 문선영씨는 자신의 자전거에 가장 존경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던 그림, ‘모나리사’ 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어린 시절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던 기억을 그녀는 세상 모든 이들과 공유한다. 철이 들고나서 한 번도 다시 타 본 일이 없던 자전거였지만 근육에 남아있는 기억 세포들은 놀랍게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녀로 하여금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동네에서 ‘모나리사’를 타던 그녀는 이내 지나다니는 행인과 차들의 방해가 달갑지 않아졌다. 유난스레 자연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서는 아니었지만 이왕 산 자전거를 장애물 없이 신나게 타려 하다 보니 그녀는 전에 없이 들판과 바닷가, 산길을 자주 찾아다니게 됐다. 이토록 자전거 타기에 좋은 산길과 바다와 들판이 남가주에 이처럼 많이 있었다는 걸 이전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LA의 아름다움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해 가는 과정은 즐거운 유희다.
주말 시간만 나면 그녀는 모나리사를 차에 싣고 가까운 공원으로 향한다. 가끔 그녀 앞에 롤러 블레이드를 타거나 달리는 이들이 다가오면 따르릉따르릉 벨을 울려 자전거가 나가니 길을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역시 오르막길은 힘에 부치지만 운동 효과는 짱. 살다 보면 때로 힘겨운 삶의 순간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게 되던가. 이를 극복한다는 게 결코 쉽진 않지만 그녀는 이겨낼 수 있는 젊음이 있음을 감사한다.
오름길과는 달리 내리막길은 이제까지 잘 살아온 것에 대해 온 우주가 보내오는 선물. 페달을 밟으려는 작은 노력까지 내려놓은 채 자연이 이끄는 대로 달콤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달리는 길, 그 길에 심겨져 있어 달리는 길을 장식해주었던 반짝이는 풀꽃들처럼 그녀의 삶을 장식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새삼스런 감사를 느낀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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