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대 <훼어팩스, VA>
내가 살고 있는 워싱턴 지역은 6월이 잔디의 계절이다. 비가 자주 오는 시절이라 깎고 하루 밤 자고 나면 많이 자라나 있다.
우리 오른쪽 백인은 휴가를 제외하고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잔디를 깎는다.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깨끗한 환경을 보고 즐기려는 마음이 아닌가 한다. 왼쪽 경찰출신 집은 월요일이 잔디 깎는 날이다. 식구가 많아 딸 아들 구별 없이 돌아가며 잔디를 깎는다. 야구선수 집안이라 주말에 경기가 있어 이렇게 정한 모양이다.
나는 어떠한가. 잔디 깎아보지 않고 이곳에 와 코쟁이들과 경쟁하며 살아야 하니 항상 쫓기는 마음이다. 나는 잔디 자란 크기 보고 날짜에 관계없이 깎는다.
먼저 이 땅에 와 기반을 잡은 백인들은 우리보다 여유롭다. 경제적 여건이 좋으니 잔디 관리회사에 맡겨 약도 자주 치고 씨도 뿌리니 잡초가 거의 없다. 아는 사람이 집을 유태인에게 팔았는데 잡초는 물론 잔디까지 숫자를 세더라는 것이다.
잔디를 잘 관리해오지 않은 집은 각종 잡초를 없애는데 3년이 걸린다고 한다. 봄 시작 때의 민들레, 클로바, 파랭이에서 가을까지 여러 가지 작은 꽃, 잡초가 잔디 속에 숨어 꽃피고, 씨가 떨어져 계속 자라나니 한 해에 제초작업을 끝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이는 잡초와 잔디 깎기가 지겨워 잔디밭 일부를 시멘트 해버렸다고 한다. 그 집 팔 때는 어떡할지 생각은 했는지.
한국의 17대 전체 의원의 60%가 초선이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말마다 개혁을 앞세운다. 선거 때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치용어인 개혁은 개인을 위하거나 열성 정치가가 자기 영달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고 미국 언론인은 얘기한다. 개혁논자들은 그들의 적은 이기적이고, 사악하며, 상한 음식 같다고 극명하게 선전하는데 언론인들도 정치가와 비슷하다며, 자신도 고백한다고 지적한다. 잔디밭에 잡초 없이 부드러운 잔디들만 자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지구에는 사람의 크기, 얼굴색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가듯 산과 들에는 천차만별의 동식물이 조물주의 섭리에 따라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만 하게 되어 있다. 잔디를 잘 자라게 하려면 잡초도 뽑아주고, 약고 치고, 좋은 잔디 씨를 뿌리고, 가물면 물도 뿌려주어야 한다.
개혁(Reform)은 보기 좋게 만든다, 마음을 바꿔 먹는다는 뜻도 있다. 마음을 바꾸고 싶은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공상이요 결과는 없는 것이다. 즉 결과 없는 개혁은 시간과 경비만 허비하게 된다. 무조건 나이 먹은 사람의 생각,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는 보수나 반동으로 생각하면, 자기만 살겠다는 사람의 좁은 생각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호프스타터는 “개혁논자들의 충동은 현실과 불가능 사이의 경계에서 종종 방랑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습관적으로 유토피아적인 목표를 포함하기에 결과는 빨리 실패하고 실망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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