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순 <화백문학 미주회장, 미국 노동성 선임경제학자>
벚꽃 축제도 끝나고 길가의 나무가지에 제법 큰 새싹이 나오고 있는 늦봄 4월 마지막 수요일 대낮에 화창한 햇살은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푸른 잔디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헌데 봄을 시기하는 듯 싸늘한 겨울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늦은 봄에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이유를 모르다가 그날이 바로 미국의회에 상정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독려하는 ‘북한 자유의 날’(North Korea Freedom Day)인 것을 알고 워싱전 광장에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바람 마냥 싸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의사당 앞 넓은 푸른 잔디광장에 조촐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니 Independence Avenue로부터 현수막과 여러 가지 모양의 시위카드를 든 무리가 무대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미국인과 한인동포의 학생들, 시민단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정치수용소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얼굴, 김정일의 가식적인 웃는 모습, 그리고 ‘북한동포에게 자유를’, ‘북한에 인권회복을’, ‘김정일 정권의 타도’ 등의 플래카드를 높이 쳐들고 무대에 모이고 있었다. ‘북한자유를 위한 연합회’가 주관하는 북한자유의 날 시위는 미국국회의원들, 한인동포 시민단체대표들, 한인목사들이 연달아 단위에 올라가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하여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외치었고,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본시민단체가 북한에 억류된 일본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Holocaust 유대인단체가 히틀러의 600만 유대인 대학살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자유의 날 시위를 격려해 주는 연설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 Amazing Grace의 선창, 합창으로 북한자유의 날 시위는 의미있게 마무리되었지만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미국회의상당 앞 넓은 광장에는, 이제 계절의 변화에 부추기어 파랗게 자라나는 푸른 잔디의 생명력에도 어울리지 않는 겨울바람 같은 싸늘한 바람이 간간이 불고 있었다.
붉은 진달래꽃이 포토맥강변을 메우고 /가로수의 신록이 온 천지를 뒤덮은 듯 /국회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푸른 잔디의 생동이 워싱턴 몰을 가득 채웠는데 //훈훈한 봄바람이 아닌 /싸늘한 겨울바람은 어인 일인고 /아직 봄이 오지 않은 북녘 땅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신음의 소리 /흐느끼는 북풍되어 /큰 바다 너머 불어오는 것인가 //블루리지 산으로 /체사픽만 바다로 /캐더락 공원으로 /타이들 베이진 꽃 광장으로 /봄을 즐기는 무리에 휩쓸리는 우리들 /마음속에 상기도 봄 아닌 겨울의 냉정한 바람이 불고 있을 진저.
이제야 4월 마지막 수요일 북한자유의 날 시위가 열렸던 국회의사당 앞 푸른 광장에 봄 아닌 차디찬 겨울바람이 불고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시위에 모인 사람의 수는 500명 정도 이었는데 미국인을 포함하여 외국인은 3분의 1정도, 전국에서 몰려 온 뜻 있는 한인동포들을 빼면 이 곳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참가한 한인동포는 얼마의 목사님들과 향군단체회원들을 포함해서 100명도 될 것 같지 않았다. 2002년 5월 어느날 애난데일의 한 넓은 공간에 월드컵 응원을 위하여 모였던 그 많은 한인동포 군중들은 다 어디에 간 것인가? 작년 6월 어느날 미주이민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열리었던 음악회에서 넓디넓은 디시 아모리 광장에 모여 보여 주었던 한인동포들의 열정과 열광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아직도 세차게 불어오는 봄 아닌 겨울바람을 온 몸에 받으며 일터로 걸어가면서 나도 그 냉랭한 마음을 갖고 있는 Korean American의 한 사람임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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