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아놀드 슈워제네거보다는 레이 로마노”- 요즘 미국 여대생들이 신랑감으로 선호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UCLA의 심리학과 대학원생이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슈워제네거 같이 체격 좋은 남성은 데이트 상대로는 좋지만 평생 같이 살 결혼상대로는 적합하지가 않다는 것이 여대생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반면 로마노 같이 외모는 수수하지만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성을 여대생들은 배우자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남성들이 데이트 상대로 금발의 섹시한 여성을 좋아하지만 결혼 상대로는 외모 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볼수 있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너무 예쁘고 너무 잘 생긴 사람들은 자기 도취형이 많고, 외부 유혹이 많아 바람둥이가 될 가능성도 높아서 같이 사는 사람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눈이 즐거운 것은 잠깐이고 속 썩는 것은 평생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성성에 대한 여성의 시각 변화라고 본다. 슈워제네거 같은 타입은 힘과 카리스마 넘치는 전형적 가부장적 사회의 남성상. 남성은 위에서 군림하고 여성은 종속적으로 의지하던 문화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이상적인 남성형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지금 여성들은 권위적 마초 타입보다는 친구 같이 편안한 로마노 타입을 더 좋아하고 있다.
비슷한 현상으로 한국의 ‘꽃미남’의 인기를 들수 있다. 우람한 근육에 위엄 있는 남성들은 인기가 없고, 부드럽고 감성적인 예쁜 남성들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 한다. 남성미에 대한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요즘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젊었을 때는 ‘어른들이 잘 생겼다는 형’과 20대의 우리가 좋아하는 남성형이 달랐다. 친구가 맞선을 보고 와서 “어른들이 좋아할 형이야”라고 말하면 상대방 남자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었다.
어른들 눈에 잘 생긴 형은 과묵하고, 듬직하고, 그래서 살집도 좀 있고, 얼굴은 허여멀겋거나 남자답게 생긴, 다시 말해서 예쁘장하지 않은 타입. 나이는 서너살 많고 안정된 직업을 가져서 가장으로 손색이 없는 ‘아저씨 타입’이었다.
반면 젊은 우리가 좋아하던 타입은 뭔가 분위기 있게 생기고, 감성적이어서 가슴 저리게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은 타입이었다.
그때 어른들이 신랑감으로 추천하던 형은 전통적 남성형, 우리가 좋아하던 타입은 요즘의 ‘꽃미남’과 비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자는 가부장적 사회가 제시한 기준의 이상형이라면 후자는 여성들 스스로의 눈으로 선택해 좋아하는 형이다.
‘꽃미남’ 현상은 이제까지 바라봄의 대상이 되어왔던 여성이 바라보는 주체의 자리에 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유사이래 수많은 예술가들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성을 그렸다. 여성만이 미의 상징이 되는 것은 정당할까. 여성도 아름답고 남성도 아름답다. 남성중심 문화에서 항상 시각의 주체는 남성이고 여성은 그 대상이어서 생긴 결과이다.
남성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미의 기준은 종종 여성들에게 폭력적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전족. 발 작은 여성이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해서 여아가 서너살 되면 발을 천으로 묶어 발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전족 풍습이 중국에서는 10세기경부터 1,000년을 이어오다 폐기되었다.
다 자란 발이 10cm 조금 넘을 정도로 발을 꽁꽁 묶다보니 여아들은 염증과 화농으로 고통을 받기도 하고 평생 비정상적인 발로 걷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미의 기준을 남성의 시각이 독점해서 생긴 결과이다.
‘꽃미남’현상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상관이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도 스스로의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근육과 권위의 남성형은 남성 시각의 산물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언제든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부드럽고 편안한 남성을 요즘 여성들은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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