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본사 주필>
며칠 전 한국에서 흥미 있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정부 당국이 집계한 ‘2003년 혼인, 이혼에 관한 통계’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하루 850쌍이 결혼하고 500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결혼 11년차에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가장 많고 남자 41세, 여자 38세일 때가 가장 위기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셰익스피어의 “남녀가 사랑할 때는 4월, 결혼하면 12월”이라고 표현이 실감나는 현상이다. 남녀 사랑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있는 셈이다. 결혼한 후의 그 사람은 결혼 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그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데 자기 리듬만 고집하니 결혼생활이 삐꺽대는 것은 당연하다.
‘탱고 레슨’이라는 영화가 있다. 파블로라는 탱고의 권위자와 샐리라는 뛰어난 댄서가 탱고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맹연습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두 사람은 뛰어난 재질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자존심을 죽이지 않기 때문에 리듬이 맞지 않아 팀을 이루지 못한다. 파블로는 탱고라는 춤이 왜 어려운가를 몇 번이고 설명하지만 샐리는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리듬을 고집한다. 그는 탱고가 절도와 리듬을 동시에 요구하는 춤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리드에 따르면서 자기 개성을 잃지 않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지만 샐리는 기술 차원에서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져 오랜 시간을 보내고서야 상대방이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파트너였는가를 깨닫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몇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다. 탱고는 남자가 리드하는 것이다. 때문에 여자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흐물흐물 맥없이 따르기만 하면 춤이 엉망이 되고, 여자도 개성을 살리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때서야 조화가 나타나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결혼도 탱고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리드는 하되 여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협조하는 조화의 게임이다. 너무 종속적이면 틀이 망가지고 너무 자존심만 서로 주장하면 하모니를 잃게 된다. 서로 타협하면 리듬을 찾을 수도 있는데 결혼 10년째쯤 되면 고집만 늘어 질기고 맛없는 쇠고기처럼 부부 모두 성격이 변한다. 이번에 발표된 통계에서도 보면 이혼의 주원인이 성격 차이(45.3%)로 나타나 있고 경제적인 이유는 16.4%에 불과하다. 배가 고픈 시대가 아니라 마음이 고픈 시대다. 그러나 재혼의 60%가 실패한다는 것을 젊은 부부들이 알고 있을까.
이혼하는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하나는 현 상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보다는 더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이들은 이혼 후 자녀들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고통 등 이혼 후유증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한국의 모든 상황이 바꿔 바꿔로 돌아가지만 가정에까지 바꿔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현상이다. 기존규범을 깨려는 진보사상도 좋지만 결혼문제에 한해서만은 보수적인 것이 바람직하다.
이혼은 자기가 자기에게 속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 850쌍이 결혼하고 하루 500쌍이 이혼한다니 어이가 없다. 그것도 합의이혼이 86%라고 한다. 촛불시위 하는 세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점점 사랑이 없는 메마른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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