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교 의사 리치몬드, VA>
밖으로부터 아침 햇살이 넓은 창으로 쏟아져 들고 있었다. 매일같이 숨차게 뛰는 하루가 갑자기 멈춘 것이다. 조카 결혼 때문에 얻은 휴가다. 하지만 결혼이 취소되고 그래도 휴가를 간다. 지금 이 시간에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에 있어야 했었다. 오랜만에 혼자 방에 앉아 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사람이 죽기 직전에는 이런 외로움으로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간다. 그래서 나는 방 속에 있는 것들을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다. 헤밍웨이가 살았다는 섬에서 가져온 판화가 눈에 들어오고 그 위에는 큼직한 시계가 시간을 멈춘 것처럼 그림이 되어 있다. 제일 밑에는 피사의 사탑이 조각된 그림이 시계 밑에 달려있다. 저 탑이 올바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저 탑이 버티고 있는 한 숨을 쉬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올 겨울을 잘 이겨낸 숲이 자랑스럽게 창밖에 서 있었다.
유니스는 맑은 목소리로 디너 극장에 초대한다고 전갈을 보내왔다. 귀여운 두 아이의 어머니다. 까만 머리에 크고 반짝이는 눈을 한 아직도 소녀같은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다. 닥터 김은 그녀의 남편이자 믿음, 예술 그리고 사업의 동역자다. 친구가 아끼는 제자로 나에게 소개해온 후 나는 동생처럼 사랑했다. 3,500명이 모인다는 제일 침례교회는 웅장하고 안은 미술관 같이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식당에는 정장을 한 초대 손님들이 정중하게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점잖게 옷을 입고 있는데도 이방인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한 사람의 동양인이 낯설다는 눈치다. 나는 식사 내내 옆에 앉은 아이와 눈을 맞췄다. 그 아이는 어른들 틈에서 불편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30년이 넘는 이 나라 생활 속에서 이처럼 격리감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이태리로 교환 합창단을 보내기 위한 모금을 위한 이 음악회는 디너쇼 답게 west side story, sound of mucis, supremes, Dixie chicks의 노래 등등 영화음악과 Tony, Emmy, and Oscar Awards의 음악과 무용이 펼쳐졌다. 유니스와 닥터 김은 독창, 이중창, 합창에 놀라운 음악을 선보여서 나는 백인이 아닌 한국사람 특히 1세대인 이들이 저들보다도 더 잘 예술을 창조한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니스는 피아니스트고 닥터 김은 건축 설계사가 아니던가. 나는 어느새 이 두 사람처럼 청중을 압도하고 있기라도 한 착각 속에서 손이 얼얼하도록 신나게 박수를 쳤다. 음악회가 끝나자 이 순전한 두 사람 한국인들에게 청중들은 몰려가서 축하하며 나에게도 감격에 찬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미국에서 미국인들 속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미국을 이끌어가며 영향력을 끼치는 자랑스런 한국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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