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도 하고, 돈도 벌고
밀브레이에 사는 조카 집을 방문하기 위해 관광비자로 지난 12월 중순 경 미국에 입국한 이모(여·59)씨. 그가 미국에 온 이유는 단순히 관광이나 즐기자는 팔자 좋은 여행이 아니다. 단기간 일자리를 찾아 머나먼 태평양을 건너온 것이 진짜이유.
조카 집에 도착한지 몇 일도 되지 않아 매일 신문을 뒤적이며 일자리를 찾았던 이씨, 지금은 벌링게임에 사는 젊은 부부의 한 살 난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 시터’로 취직돼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여성 최모(51)씨도 관광비자로 올 1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남동생 집을 찾아와 2월부터 근처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일반 관광비자(최고 6개월까지 체류 가능)로 미국에 입국, 이 기간 동안 가족이나 친지 집에 머무르면서 ‘달러’를 벌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젊은 층보다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들이 식당이나 베이비 시터 등 미국 내 일자리를 찾기 위한 입국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개중에는 친지 집에 얹혀서 신세지는 부담도 덜어주고 기왕 와 있는 동안 용돈이나 벌어 보자는 생각에 일자리를 찾는 ‘용돈보충형’도 있지만 돈벌이를 목적으로 미국을 왔다 갔다 반복하며 3-6개월씩 눌러있으며 목돈을 벌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직업형’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모씨는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2년 전 명예퇴직하고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지만, 불경기로 인해 하던 사업이 부도가나 궁리 끝에 일자리를 찾아 미국 행을 선택하게됐다며 미국에 왔다갔던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6개월 정도만 식당이나 입주해서 아기 돌봐주는 등의 일을 하면 못해도 한 달에 1,500∼2,000달러는 손에 쥘 수 있다고 해 어렸게 미국 행을 결심하게됐다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최모씨의 경우 작년 3월 미국에 처음 들어와 8월 말경까지 웨이츄레스로 일한 후 한국으로 귀국, 4개월이 지난 올 1월 또 다시 미국 땅을 밟게 됐다.
이번에는 여 동생과 함께 입국했다는 최씨는 현재 동생은 알라메다의 가정집에 입주, 3살 박이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면서 그래도 동생은 숙식이 해결돼 친지 눈치 안보고 돈도 모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국에서 50세가 넘은 여성이 밖에 나가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월급도 적어 6개월만 고생하면 800∼1,000만원 정도의 목돈도 만질 수 있기 때문에 힘들지만 이 길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이 같은 연령대의 남성보다 일자리를 찾아 미국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5월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여성을 고용했다 낭패를 봤다는 오클랜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이야기하며 고용해줄 것을 부탁해 딱한 사정을 듣고 서로 돕자는 마음에 선 듯 일자리를 주었다며 그런데 5개월 정도 지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한참 바쁠 시기에 새로운 웨이츄레스를 찾고 트레이닝 시키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말해 단기 체류 신분인 사람을 고용하는데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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