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철<정신과 의사>
지금부터 15년 전만 해도 미국 만성 병원의 50%이상은 정신질환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룹 테라피(Group Therapy) 중 한 환자가 나는 재림 예수다. 하니까 옆에 있던 다른 환자가 어떻게 해서 당신이 예수냐?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어젯밤 하나님이 나에게 예수라고 말해주었거든.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옆에서 평상시에는 늘 조용히 말이 없던 한 덩치 큰 환자가 버럭 화를 내면서 거짓말하지마! 내가 언제 그랬어!라 했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을 환청이라 하고 자기가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과대망상이라고 한다. 정신과에 일어나는 증세를 보고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갑자기 생긴 망상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부모나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러나 이런 증세가 1년이고 2년 오래 갈 때에는 차라리 우스운 증세가 나올 때에 웃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자와 같이 고통 속에서 계속 걱정만 한다면 이것은 치료에 더욱 좋지 않다. 경험상 망상 중에도 재미있는 망상, 재미있는 환청을 듣고 웃는 사람의 경우가 복잡하거나 잔인한 망상이나 환청을 가진 환자보다는 훨씬 치료율이 높다.
중세기는 기독교로부터 정신질환자가 끔찍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정신질환이 마귀의 병이 아닌 뇌에서 생기는 뇌병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문둥병 환자가 신의 저주를 받은 병으로 이해되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균에 의한 것이고 모두 치료 가능한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같다.
우리 할머니는 한 50여 년 전 교회에서 옷을 벌거벗고 논밭을 돌아다니는 정신이상 환자를 교회에 잡아 붙들어 매어 놓고 귀신을 쫓아낸다 하여 기도로 고친 적도 여러 번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것은 1950년대의 일이다. 이때는 한국에도 여러 의과대학에 정신과 교실이 막 생기기 시작했을 당시였다. 인간이 처음 하늘을 날게 된 것도 100여 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현대에도 가끔씩 기도원에서 정신질환자를 귀신을 쫓는다고 묶어놓고 때리거나 하여 죽이기까지 하는 사고가 가끔씩 일어나는 보도를 보아왔다.
이제 곧 봄이 오면 환청이나 망상증 환자의 증세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이러한 뉴스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는 의학을 믿기 때문에 심장이식 수술, 간이식 수술도 하고 나는 과학을 믿어 마음놓고 비행기를 탄다.
10년간 조울증을 앓고 길거리로 방황하던 환자가 이제 치료가 되어 영주권을 받고 주 5일 일을 하며, 6년간(2년간 입원치료) 심한 피해 망상증으로 고생하던 6촌 아저씨가 완전히 회복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고, 40대 중반의 한 환자가 저는 중학교 때부터 분열증으로 사람을 피하고 공부도 못하고 일한 적도 없고 폐인처럼 살았지만 이제는 희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증세가 회복돼 결혼을 하고 똑똑하고 명랑한 딸을 낳고 직장을 구하여 부인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 30년의 경험을 통해서 나는 정신의학을 믿는다.
오늘 내 사무실에는 80중반 노모가 50대 아들의 손을 잡고 진료실에 들어온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주여, 우리 선생님에게 지혜와 능력을 주시어 아들의 병을 고쳐 주시옵소서. 이 할머니의 기도는 처절하지도 않고 비통한 느낌도 없이 그냥 늘 말을 잘 들어주는 믿음직한 친구에게 얘기하듯이 기도를 하신다. 그리고 기도가 끝나면 그렇게 잘 웃음을 지으신다.
그리고 나도 가끔은 웃어야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 나도 아직 이런 기적을 기다리는 마음도 있다. ‘병 고치는 기적을 믿어 환자가 죽었다’는 기사보다는 ‘바다 위를 걷다가 물에 빠진 어느 목사님이 해양 경찰에 의하여 구조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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