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은 한국의 총선의 달이다. 어쩌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요 아니면 가장 축복받는 달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정치판은 총만 들지 않았지 서로를 죽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50년 정치사에서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구속되고 또한 기업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부패의 냄새는 전국을 덮고 있다. 야만에 가까운 정치로 인하여 국민이 신음하고 있지만 국민들을 위로해 주는 정치인은 없다.
그런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자기의 불법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기의 귀를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 변호사 출신으로 더구나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이러한 논리라면 탈세자의 평균금액이 백만원이라면 십만원을 탈세한 사람은 죄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분명히 법의 논리성을 무시한 일종의 정치적 협박이다.
불법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법 철학의 기본 이론임과 동시에 법의 논리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은 4월 총선의 승리를 위한 변명으로 가볍게 취급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 국가의 대통령의 이러한 비도덕적인 발언이 전국민들의 법과 국가도덕성에 대한 인식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온 몸이 저려온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지도 50년이 넘었고 대통령이 9번째로 바뀌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운 정당이 생긴다는 것이다. 왜 기존정당을 개편하고 개혁하여 보다 효율적인 정당정치를 할 수 없는지 의아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그릇된 생각일까. 이것은 한국정치 풍토가 아직까지 전근대적인 왕권주의 시대의 흑백논리와 식민주의 시대의 강력한 생존의식이 모든 정치인들의 의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45년 세계 2차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신생국가들 중에 50년 지난 지금까지 한 나라도 서구의회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치인을 포함한 전국민들의 의식이 이를 수용하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 즉 현대유행어로 코드가 맞는 의식구조를 갖고 있기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정치의 후진성은 비단 정치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전체의 문제이다. 정치만 부패된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국방, 예술, 종교, 교육, 종교 등 어느 한 부분도 부패되지 않은 곳이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부패된 사회 속에서 생활하여 왔기 때문에 국민들이 부패에 대하여 면역성이 강하여 무감각한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모두가 한탕주의 기회만을 노리면서 생활하다 보니 하루도 빠짐없이 비리의 기사가 신문이나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비리의 지수를 통계학적으로 분류한다면 아마도 교육수준과 비례할 것이다. 그만큼 가진 자들의 비리는 높다. 보다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열정을 보였던 참여정부와 이를 뒷받침한 386세대들의 현실을 보면 처참하다.
정치인만 비난하지 말고 미국에 사는 동포들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피를 가진 사람들은 춘원 이광수 선생이 제창한 ‘민족개조론’이란 제목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그 좋은 두뇌를 가지고서 이렇게 살아야만 되는가를 생각하면 정말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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