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의 원로요 이민 100년사의 산 증인이라 할 최제창 박사 (알렉산드리아, 버지니아)의 98회 생신 파티가 지난 1월 10일 펜타곤 시티의 리츠 칼튼 호텔의 디프로맷 룸에서 열렸다. 하오 6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이날 생일 파티는 지금까지 필자가 보아온 동포사회의 어느 생일 파티보다도 근사했다. 분위기도 격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리셉션이나 생일파티도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진행됐다. 최 박사는 자신의 생일잔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말없이 앉아 지켜보기만 했지만 그의 인격과 경륜이 그대로 밴 파티였다. 100년 인생의 함축인가.
60명 정도 초청된 인사들은 주로 최 박사의 직계 가족들과 그 배우자들, 그리고 워싱턴 한인사회의 올드 타이머들이었다. 워싱톤 거주 년수가 40~50년 된 인사들이거나 초창기 한인들의 자손들이었다. 1950년대 워싱턴에 살던 한인들의 숫자는 극히 제한됐다.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여서 모두 가족같이 지냈다 한다. 박경호 박관부 황제경 박원규 장대욱 최제창 등이 그들이었는데 최 박사만 남고 모두 고인이 되었다. 이날 생일 파티에는 50년대 최 박사 친구들의 자손들이 많이 참석했다.
8~90 된 노인세대부터 2~30 대까지 한자리에서 최 박사의 얘기로 꽃을 피우는 사이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최 박사의 손자들이 차례로 나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담과 바람을 얘기한 데 이어 올드 타이머들의 짧은 스피치가 이어졌다. 진지함과 유머가 혼합돼 지루함을 덜었다. 영어가 기본이고 한국어는 보조적 언어로 쓰여지는 것을 보며 한인사회의 미래를 보는 듯 했다.
한 손자는 최 박사가 1920년대 유학차 시카고에 와 첫 직업을 잡았다가 놓친 얘기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막 미국에 도착한 21세의 개성 청년 최제창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한 호텔의 웨이터로 취직이 됐는데 매니저가 가죽구두를 신어야 한다고 해서 당시 가진 돈을 털어 새 가죽구두를 샀다. 매니저로부터 주방에서 음식을 가지고 304호 손님에게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304호가 3층에 있는 줄을 모르고 1층부터 돌기 시작하여 2층을 거쳐 3층의 304호를 찾아가니 음식은 이미 식었고 손님은 기다리다 못해 방을 나온 후였다는 것이다. 매니저로부터 즉각 해고를 당하고 나니 수중에는 돈 한푼 없고 가죽구두만 남았다는 것이다.
장남인 화식 씨가 최 박사는 80여 년 간 해온 자동차 운전을 최근 포기했다고 알렸다. 5~6년 전부터 야간 운전을 삼가 해오던 최 박사가 얼마 전 부터주간 운전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최 박사가 현재까지 즐기는 골프소식을 전하면서 일생 중 자기 나이와 같은 타수를 4번 친 기록(Age Shooter)이 있다고 소개했다. 86, 87세 그리고 88세, 89세 때였다고 하며 골프 잡지에서도 이를 보도했다고 한다. 수년 전 사모님을 여읜 최 박사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는데 자신과 아들과 손자가 의사일 뿐 아니라 그 배우자들이 의사가 많아 모두 의사가 7명이나 되는 의사 가족을 이루었다.
이날의 모임은 최 박사 가족들만의 파티라기보다는 5, 60년대 워싱턴에 살았던 한인들과 그 후손들의 만남의 장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의 모임을 워싱턴 코리언 훼밀리 리유니온 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2년 후 최 박사 100살 생일 파티는 한인사회에서 준비해 보면 어떨까. (글의 성격상 존칭대신 평이체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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