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 전국적으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업체가 약 20만개인데 이 가운데 불법고용으로 적발된 업체는 13개에 불과했다. 정부의 법 집행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20만 대의 차량이 시속 100마일로 질주했는데 경찰이 단지 차량 13대만 적발했다면 직무를 유기한 게 아니냐.”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불체자의 숨통을 터 주자며 제시한 이민정책에 대한 한 공화당 지지자의 성토다. 지금도 정부가 제대로 단속을 하지 않는데, 만일 불체자에게 조건부 체류를 허가하면 체류허가 기간이 끝나더라도 이들은 미국에 영구히 눌러앉아 결국 불체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인큐베이터 이론’이다.
불체자에게 한시적 노동 허가를 주는 것을 웹스터 사전에 나오는 ‘낙인찍힌 노예’에 견주기도 한다. 실제 불체자들은 부시의 제안을 반기는데도,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품팔이하라는 것이니 노예와 무엇이 다른가” 하고 비아냥거리는 주민도 있다.
불체자의 열악한 생활이나 인권은 ‘그들만의 문제’라는 다소 야박한 견해도 있다. 불체자들이 미국민들이 꺼려하는 호되고 거친 일들을 도맡다시피 하는데도, “남의 나라에 몰래 숨어 들어와 이 땅의 주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하며 매섭게 몰아붙인다.
값싼 불체자 노동력을 이용해 미국 시민들의 임금까지도 낮춤으로써 중산층을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는 ‘미국의 월마트화 이론’도 등장한다. 월마트가 주머니 얇은 서민들에게 ‘인기 짱’인데도, “기업주들은 더 부자가 되고 일반 서민들은 점점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녕 불체자에게 선물보따리를 주려면 연방정부가 모든 경비를 떠맡으라고 한다. “현재 주정부가 모든 이민자를 위한 메디케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연방정부가 100% 지원하라”는 주장이다.
“불체자들이 미국에서 돈을 벌어 연간 100억 달러를 고향에 보내고 있다” “합법이민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히스패닉 표를 염두에 둔 술수에 불과하다” “테러리스트들이 악용할 것이다” “지난 수년간 불체자 범죄가 급증했다” “불체자들이 끊임없이 밀려들 것이다” 등등 부시의 이민정책에 벌떼같이 덤벼들고 있다. 찬반이 첨예해 도무지 접점을 찾기 힘든 이슈다.
물론 부시가 틈만 나면 되새김질하는 ‘온정적 보수’ 노선을 순수하게 대변하는 정책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다는 시각이 그럴 듯하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불체자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차가운 법리를 따지기보다 한결 더 ‘미국적’이지 않을까 한다.
<박봉현 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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