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폭로한 데 대한 법무부의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미국 언론계 내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윤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인 워싱턴 포스트의 하워드 커츠는 29일 언론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언론이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폭로한 칼럼을 그대로 게재한 것은 그 요원의 신변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경솔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칼럼을 쓴 사람은 극우 보수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이다. 그는 지난 1월초에 지난 1981년 한국 군부에 처형되기 직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구출된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가장 반미적인 대통령임이 입증됐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한국정부의 공식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다.
미국내 300여개 신문에 칼럼을 싣는 노박은 지난 7월14일 칼럼에서 행정부 고위 관계자 두명이 자신에게 조셉 윌슨 전(前)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의 부인이 CIA 비밀요원으로 일했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윌슨 전 대사는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다는 영국의 정보를 직접 니제르 현지에서 조사한 뒤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 정보를 연설에 포함시킨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뒤 백악관의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은 문제의 칼럼이 나온 뒤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노박의 칼럼에서 자기 부인의 신분이 폭로된 것에 대해 그것은 만일 당신이 (그런 것을) 말하면 우리는 당신의 가족을 진흙속으로 끌고 들어가겠다는 메시지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이같은 비밀요원의 신분 폭로를 범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찰스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비밀 요원의 신분 누설은 국가요원신분법과 비밀정보 무단 누설법 등 두가지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결국 CIA가 법무부에 이 사건의 공식 조사를 요청했으며 이 사건은 백악관의 고의적인 보복 논란에 이어 이제는 이 칼럼을 게재한 언론의 행위가 과연 적절한 것이었느냐는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수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톰 로젠틸 국장은 노박은 위험한 영역에 들어갔다면서 당신이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경우, 아니면 다른 사람을 그저 위험하게 만들 경우 당신은 자신이 성취하고 있는 공익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당신이 출판의 자유를 가졌다고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은 일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박 자신은 이에대해 나는 그것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나는 그 기사가 그 자체로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100% 정확하다. 나는 내가 쓰는 기사를 왜 쓰는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의 언급을 거부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칼럼 페이지 편집책임자인 프레드 하이야트는 돌이켜보면 (그 칼럼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칼럼이 많은 신문에 게재되기 때문에 그 칼럼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지는 의문이지만 좀 더 심각하게 그 문제를 생각했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어떤 사람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신문에 싣지 않으려고 하는 정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윌슨 부인의 신분이 폭로된 사건은 영국에서 발생한 정부 소속 과학자 데이비드 켈리의 자살 사건과 비교된다. 켈리는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존재에 대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증거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이며 자기의 이름이 언론에 흘려져 보도되자 자살했다. 이후 블레어의 인기는 곤두박질했다.
연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