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CC 카운슬러 신혜선 박사
된장고등어국·붕어찜
굴비고추장 장아찌
새끼상어산적·고래회
연어·도미· 준치조림등
신혜선 박사(36·아동학·KYCC 카운슬러)와 음식이야기를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생선이다. 그것도 고래회, 굴비장아찌, 된장고등어국, 붕어찜, 새끼상어산적 등 생소한 것 투성이다.
“고래회는 울산의 명물로 어릴 적 외삼촌댁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고, 굴비장아찌는 친정의 단골 메뉴로 굴비를 장작처럼 빠삭 말려 대가리와 꼬리를 떼고 집에서 담근 고추장에 박았다가 찢어 먹는 밥도둑이지요. 야채를 듬뿍 넣은 된장국에 고등어를 넣어 끓인 비린내 하나 없는 된장고등어국이나 호박과 무를 넣고 간장으로 양념해 붕어를 오래 쪄서 뼈 째 먹는 붕어찜은 부산 외가의 별미고요, 새끼상어산적은 연한 새끼상어의 살을 저며 꼬치에 꿰어 얌전하게 양념해 구운 것으로 외가의 첫 손주인 저희 남매를 끔찍이도 위하셨던 외할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오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릴 때부터 밥상엔 항상 생선반찬이 있었는데 이는 생선 없이는 밥을 안 먹는 오빠 때문이었기도 하거니와, 외조부 유학 중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친정 어머니 덕분에 달짝지근한 일식생선조림에, 또 부산, 울산에 살던 외가친척들의 영향을 받아 생선회는 물론 일찍부터 각종 어패류에 자연스레 입맛이 들게 된 때문이라는 등 설명이 줄줄이 이어진다. “특히 밝고 재치 넘치시는 어머니는 우리 식구가 즐겨먹는 반찬에 별명을 붙여 성인이 된 지금도 우리 남매는 그 이름 그대로를 부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조기에 고추장을 듬뿍 넣고 끓인 찌개를 우리는 ‘뽀글이’ 또는 ‘뽀자작 찌개’라 하며 즐겨 먹었는데 지금도 텍사스에 사는 오빠가 가끔 우리 집에 와 이 메뉴를 주문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름 때문에 모두 어리둥절하지요”.
이 밖에도 신 박사가 즐겨 먹는 메뉴로는 고 3때 어머니가 특별메뉴로 종종 해주었다는 대합구이. 대합의 속을 파내 다지고 양념해 다시 대합에 올려 불에 구워낸 것. 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운 연어구이나 도미머리무조림, 도미찜 등 수없이 많지만 그 중 뭐니뭐니해도 가장 그리운 반찬은 맛이 좋아 ‘썩어도 준치’라는 말도 있는 준치조림.
신 박사는 ‘준치조림’하면 어릴 때 네 식구가 단란하게 둘러앉은 정겨운 식탁 풍경이 떠오른단다. “한번은 준치를 먹는데 가시가 많다고 투정하자 어머니께서 발라주시며 ‘준치가 하도 잡아먹히니 자기만 잡힌다고 불평하자 주위 물고기들이 가시를 하나씩 빼서 넣어 주어 가시가 이렇게 많아졌단다. 그렇게 맛있는 생선이야’ 하시던 옛날얘기를 들으며 받아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해버렸지 뭐예요”. 이렇듯 신 박사에게 ‘음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생선이고, ‘생선’하면 어릴 적 단란했던 식탁에서의 추억으로 연상된단다.
“학부모 면담을 하면서 요즘 아이들 정서가 이렇게 삭막한 것이 그 같은 밥상풍경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가 어릴 때 누리던 그 소박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됩니다. 지금도 그때를 추억하며 여러 생선을 조리해 먹지만 어디서도 그때 그 맛은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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