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발간되는 한국일보의 Food 섹션을 펼쳐들면 제일 먼저 읽는 기사가 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이다. 많은 독자들에게도 주방일기가 인기있는 코너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독자들을 실망시키면서까지 주방일기를 밀어내고 취재일기를 굳이 쓰고싶다고 자청한 이유는, 그동안 주방장 레서피 코너를 맡아 취재해오면서 느꼈던 점들과 보람된 기억들, 힘들었던 점들을 한번은 풀어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방장 레서피 기사를 쓰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은 업소들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주방장과 그가 자랑하고 싶은 음식 한두가지에 대해서 취재를 하겠다고 하면 모든 식당 주인들이 너도나도 우리 좀 취재해 달라고, 자랑할 거리가 산더미 같다고 덤빌 것 같지만 사실은 그와 좀 다르다.
물론 신문사를 통해 취재를 요청하는 업소들도 있고, 지인이나 동료들을 통해 취재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내가 직접 먹어보고 맛있어서 혹은 맛이 독특해서 취재 의사를 밝힐 경우엔, 많은 경우 일단 의심의 눈초리를 내게 보낸다.
이 때 가장 흔히 접하는 질문이 “돈내야 하나요?”이고, 어떤 취재냐고 묻지도 않고 “우리는 그런 거 필요없어요”라고 딱잘라 거절하는 업소들도 있다. 업소의 필요에 의해 취재를 하겠다는 게 아니고, 독자들을 위해 신문사에서 취재를 하고 싶다는 내 의사를 전달할 기회조차 안 주는 업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아마도 한국일보의 푸드 섹션에 대해 아직까지 잘 모르는 업소이겠지만 맛있는 식당의 주방장과 그들의 독특한 철학, 그리고 조리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기자로서는 매우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회를 통해 꼭 밝히고 싶은 사실은, 기자는 절대로 돈을 받고 취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한번은 취재 도중에 주방장이 “사실 이 요리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만, 사람들이 살찐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설탕 얘기는 빼주세요”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주재료인 설탕 얘기를 안 쓸 수도 없었고, 아무리 부탁을 받았어도 기자의 양심상 그럴 수 없어서, 많이 들어간다는 말은 빼고 재료 중 하나가 설탕이라는 것만 밝힌 적이 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러한 요청을 했다는 사실마저도 밝힐 수 있는 게 진정한 기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전에 이런 얘기는 사실이 아니지만 써 달라, 이 얘긴 사실이지만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주방장이나 주인이 없어야 하겠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그 기사를 많은 독자들이 읽고 업소를 찾아주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이다. 특히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새로 문을 열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업소에서 아주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을 때, 독자들이 내가 쓴 기사를 읽고 그 식당에 대해 알게되어 그 집 맛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기자로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주방장과 주인을 취재한 후 그들이 가진 존경할만한 신념과 서비스 정신에 감명받아, 그 업소에서 식사하는 경험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러한 점도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은 일 중 하나이다.
주방장 레서피 기사를 위한 취재는, 주방장을 인터뷰해서 사진찍고 소개하고, 그가 자랑하고싶은 음식 한두가지를 만들어 내오면 사진찍고 조리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주방장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배우고, 음식 맛을 보면서 기자의 주관적인 생각도 조금 포함시키는 것이 그 과정이다. 이 모든 순서를 통해 쓰여진 기사를 읽고, 독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식당을 찾아서 단골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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