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유럽 물리학자들은 반물질(antimatter) 원자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 공상과학 만큼이나 ‘신기한 세계’의 문을 활짝 여는 개가를 올렸다.
공상과학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반물질은 실제 세계에서는 자연적으로 발견되지 않지만 이론적으로 처음 암시된 것으로 현실세계의 물질(matter)과 동일하면서도 정반대인 성질을 가진 거울세계로 이해된다.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반물질이 물질과 마주치면 둘 다 감쪽같이 소멸하고 순수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천지가 창조되었을 때 물질과 반물질이 짝지어 형성됐다는 학설도 있는데 우주,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더불어 이를 거울로 비춘 모습과 같은 반우주의 세계도 함께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자연은 쌍둥이인 우주와 반우주로 이뤄진 것이니 어떤 의미에선 음양설이 현대 물리학으로 입증된 셈이다.
현대 물리학은 이보다 더 희한한 기상 천외의 이론으로 가득 차 있다.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으로 이해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상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상대성 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양자 역학은 빛이 파동(wave)인 동시에 양자(quantum), 곧 입자라는 해석으로 아인슈타인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한편 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는 전자(electron)의 위치와 운동량(momentum)의 동시 측정이 측정기술에 관계없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 불확실한 확률로 밖에 알 수 없는 지식의 한계를 정의했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노름을 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받아들이지 못했을 정도로 양자 역학은 지금까지의 자연에 대한 이해를 파괴했으며 철학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같이 심오한 자연의 섭리를 생각할 때 현재 이스라엘 등 세계 각처에서 펼쳐지고 있는 갈등을 선과 악으로 단순화시키는 부시 행정부의 흑백논리는 대조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20일 선제공격에 주안점을 둔 안보노선을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으로 제시했다. 냉전시대 이전부터 이어져온 미국의 안보원칙을 저버리고 선제공격 노선을 삼는 ‘부시 독트린’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우리편이 아니면 적’ ‘우리가 무조건 옳다’는 흑백논리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만 보아도 선과 악으로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냉전 이후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 유일의 군사력을 생각할 때 부시 대통령이 관철하는 흑백논리의 도덕적 우월주의가 제국주의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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