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에 미국경제를 크게 위협했던 쌍둥이 적자 문제가 요즘 다시 대두되고 있다.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1970년대 후반부터 거의 20여년간 만성적으로 미국경제를 괴롭혀왔으나 1990년대의 활발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1997년에는 기적적으로 적자가 사라지고 흑자로 돌아섰다.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지난 4년 동안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간과할 수 없는 두 요인이 있다.
지출 면에서 냉전종식으로 인한 엄청난 군비 감소로 소위 평화배당이 국방비를 크게 삭감할 수 있었다. 복지후생법 개정에 따라 복지자금 절약부문도 흑자전환에 중요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1990년대 하반기에 달성한 엄청난 조세수입 증가였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가 과열상태에 빠지면서 과도한 생산과 소비는 조세수입을 크게 늘렸고 조세증가율은 지출 증가율을 앞서게 됐다, 재정적자가 자연스럽게 재정 흑자로 바뀌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금년 회기가 끝나는 9월말에는 1,500억달러($150 billion) 정도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작년만 해도 1,27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가 갑자기 적자로 반전한 이유는 9·11 테러에 따른 지출팽창과 불황으로 인한 조세수입의 급감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국방비 확대와 테러방지 비용이 앞으로도 수년간은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다 경기회복 속도는 상당기간 서행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지출과 조세수입 양면에서 오는 압박은 향후 수년동안 적자를 누적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경제가 불황에 빠질 때 적자예산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경제활동이 저조함에 따라서 조세수입이 줄게되고 민간 부문 경제를 침체에서 건지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으로부터 강력한 자극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적자 재정을 감수하더라도 공공사업 부문 등 지출을 대폭 확대하게 된다. 그렇다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에 따른 우려할
문제점들은 무엇인가?
첫째, 정부도 빚을 낼 때는 일반 소비자나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자본시장에서 빌린다. 민간 투자자와 다른 점은 정부는 이자율의 고하에 관계없이 필요할 때마다 빌리게 된다는 점이. 따라서 정부가 빌려쓰는 만큼 소비자나 기업이 빌려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어 이자율을 올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높이게 된다.
둘째, 정부 금고가 비면 꼭 필요한 시점에서 쓸 수 없는 것은 개인의 경우나 마찬가지이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서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할 때 지갑이 비어 있으면 손쓰기가 쉽지 않다. 2001년 불황 시에 재빠르게 정부가 경제정책을 집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4년 동안 재정흑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정부의 손발이 묶이고 행동에 제약을 받게되면 필요한 정책을 적시에 집행하기 어렵게 된다.
또다른 적자인 국제 수지적자도 경기회복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거의 5,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사상최대로 기록될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한국의 1년 국내 총생산을 능가할 만큼 큰 규모다. 무역적자는 외국인들에게는 투자 대상지로서 미국의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경기 확장에 제약 요인이 된다. 예를 들면 1995년부터 2001년 초까지 외국 투자가들에 의한 미국의 주식 및 회사채 매수는 10배나 뛸 만큼 활기를 띄었고 외국인 직접 투자도 6배 증가하는 활기를 보였으나 작년 한 해 통계를 보면 주식과 채권 매입은 25%가 줄었고, 직접 투자도 반 이상 줄어들었다.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지속하는 한 달러 가치 하락을 면하기 힘들다. 금년에만 유로화와 일본 엔화에 비해 각각 10%이상씩 그 가치가 절하되었음도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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