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에세이
▶ 박흥률 경제부장대우 peterpak@koreatimes.com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냐 버블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가주 주택가격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
한인타운은 물론 한인들이 밀집 거주하는 외곽지역의 주택가격도 최근 4∼5년 동안 지역에 따라 2배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6월 중간 주택가격은 행콕팍이 전년 동기대비 22.5% 오른 58만달러, 라크레센타 28.5% 오른 41만5,000달러, 라카냐다 24.9% 오른 74만5,000달러, 다이아몬드바 18.3% 오른 34만3,000달러, 스티븐슨 랜치 15.6% 오른 41만5,000달러로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한인타운의 콘도나 타운 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가격은 지난 2년동안 2배 이상 올랐다. 주택가격 상승 요인은 45년만에 최저로 낮은 모기지 금리, 97년 개정세법으로 2년 이상 소유한 주택의 매매시 50만달러까지 양도소득세 면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택공급, 증시에서 탈출한 여유자금의 부동산시장 유입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과연 주택가격의 이같은 오름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2년전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당시에 거주하던 주택을 팔고 자녀와 함께 한인타운의 아파트로 이주했다. 당시 주택가격 상승세가 최고점에 왔다고 판단, 주택을 팔고 차익을 챙긴 후 가격이 내려가면 더 나은 지역으로 옮겨가기 위해 하락시기만 기다렸지만 주택가격은 9.11 테러라는 사상 최대의 악재에도 예상을 깨고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그는 2년 전에 매각한 주택이 50% 가깝게 오른 데다 원래 주택을 매입하려했던 지역은 지나치게 올라 망연자실하고 있다.
행콕팍에 1년전 42만달러에 주택을 매입한 한인은 최근 주택을 리모델해 77만달러에 매각할 계획이다. 베벌리힐스에 있는 120만달러 상당의 5베드룸 하우스를 복권에 당첨된 중국인 셀러가 빨리 팔기 위해 80만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자 이 한인은 여유자금으로 베벌리힐스 주택을 리스팅 가격에 5만달러 더 주고 매입했으며 이 주택을 곧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타이밍을 적절히 살려 주택을 매매하면서 재테크에 성공한 경우다.
한인타운의 한 직장에서 10여년이 넘게 근무한 한인은 최근 자녀들의 학군문제로 밸리에 주택을 매입하려 했지만 지난 5년동안 폭등한 주택가격으로 도저히 다운페이와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할 수 없이 주택 렌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5∼6년전 주택을 매입한 이 지역 한인들의 월모기지 페이먼트가 자신의 주택 렌트에 비해 500∼600달러나 낮은 것을 보고 기가 찰 노릇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렌트를 하면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장을 뛰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현 주택시장을 ‘호황 속의 불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잔뜩 오른 데다 수요는 많지만 정작 시장에 나온 매물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한인 밀집 거주지역의 경우 전반적으로 에스크로 건수도 지난해에 비해 50% 안팎이 줄었다.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셀러들이 주택을 움켜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에스크로 진행 중에도 또 다른 바이어가 더 놓은 가격을 제시하면 셀러들은 에스크로를 깨고 더 놓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로 바꾸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92년 폭동과 94년 노스리지 지진 이후 수많은 한인들이 ‘탈 LA’를 감행, 한인타운의 주택가격은 폭락하고 공실률 증가에 따라 아파트 렌트도 크게 떨어졌었다. 그 당시 한인타운과 한인 밀집 거주지역의 주택가격이 지금처럼 크게 오르고 아파트 렌트가 이처럼 폭등하리라고 예상한 경제 전문가는 없었다.
항상 지금이 매매 적기라고 주장하는 한인타운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언제쯤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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