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 취급받는 ‘승자’ 버논 포리스트(WBC 웰터급 챔피언)와 ‘승자’ 대접받는 ‘패자’ 슈거 셰인 모즐리의 3번째 대결이 21일 인디애나 컨세코필드에서 벌어진다. (HBO중계)
“얼마나 더 두들겨 패야 나의 우위를 인정하겠는가.” 34전 전승(26KO) 기록의 챔피언 포리스트는 억울하다. 그는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 세계 최고 복서 명성의 모즐리(38승1패·35KO)를 이미 두 차례 눌렀지만 누가 챔피언이고 누가 도전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모즐리를 꺽고 당당히 올림픽 무대에 올라섰고,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지난 1월 모즐리의 타이틀을 빼앗았지만 승자와 패자의 위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포리스트는 이에 대해 “언론도 나의 압도적인 승리를 아직까지 믿지 않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는 사각의 링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부서져라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다. “복서는 완패를 당하고 나면 ‘없던 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다시 한번 내 주먹을 맛보고 나면 아픈 기억이 되살아 날 것”이라며 한풀이 3승을 장담하고 있다.
“반칙으로 이겼으면서 말이 많다. 자는 사자를 깨운 줄 알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있기는 모즐리도 마찬가지다. 오스카 델 라 호야를 꺾은 뒤 체급을 막론하고 세계 최고 복서로 거론되온 모즐리는 지난 1월 포리스트에 12회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한 이유를 ‘고의성 버팅(butting)’으로 꼽았다. 포리스트가 자신에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천적’이 절대 아니라며 “그 주먹에 맞아 정신이 오락가락한게 아니라 관자놀이에 박치기를 당해 뇌진탕(Concussion) 증세가 일어났던 것”이라며 “포리스트의 이 같은 고의성 반칙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모즐리는 또 포리스트가 “경기 내내 끌어 잡고 당기는 치사한 수법을 썼고, 10라운드에는 벨트아래를 때렸다”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다른 곳에 가서 화풀이 할 수는 없다.” 모즐리는 따라서 다른 선수들과의 매치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 오직 포리스트와의 재대결만 겨냥해 왔다. 오로지 포리스트만을 위한 ‘매’를 준비해 왔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그렇다고 모즐리가 다른 상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리스트에 복수를 한 뒤 내년 2월에는 델 라 호야와 재대결을 벌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규태 기자>
paulk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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