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짜리 아들이 내 키를 훌쩍 넘어 커지면서 이젠 같이 나서면 내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제 딴엔 나를 내려다보는 것이 신기해서인지 내 어깨를 토닥이며 걷는다. 혼자 자랐지만 성격 원만하고 식성 좋고 남하고 나눠 갖는 것도 잘하는데 내가 누구를 예뻐하는 건 못 참는다.
어릴 때는 가게에 단골손님으로 오는 여자아이들이 예뻐서 안아주거나 하면 옆에 비스듬히 서서 째려보며 “아이구! 아주 딸을 하지”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10살 때 이웃집 지호가 막 걷기 시작한 것이 신기해서 “귀엽다” “잘 생겼다”를 연발한 내게 시위라도 하듯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제 아기 앨범을 꺼내 펴놓고 큰 소리로 “아니~ 무슨 애가 이렇게 잘 생겼냐~” 하며 혼자 난리였다.
12살이 꽉 차고 지나면서 질투에서 이 엄마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넘어갔음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 생겼다. 며칠 전 오랜만에 세 식구가 같이 마켓에 갔다. 남편은 조금 앞서가며 구경하고 있었고 나는 돼지고기가 조금 필요해서 아이와 함께 정육부로 갔다.
연세 드신 아저씨께서 도와주시며 사투리를 쓰셨다. “뭐 드려유?” 나도 모르게 덩달아 “돼지고기 한 파운드 주셔유” “이거 한 덩이가 두 파운든디 그냥 가져 가유?” “그러지유” 이렇게 네 마디가 오고 갔는데 이 녀석 표정이 외간 남자랑 농담조로 얘기하는 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돼지고기를 포장하신 아저씨께서 건네 주길래 “석준아 받아” 했더니 아저씨께서 “아드님도 같이 오셨슈?” 하는 순간 이 녀석 기회라는 듯 “조오기 냄편도 같이 왔슈” 하며 남편을 가리킨다. 너무 우스워서 혼자 웃다가 아까워서 앞서있는 남편에게 쫓아가 그 얘길 했더니 굉장히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젠 중닭 우리 아들이 엄마를 관리하는 차원으로 발전했다는 생각에 어른들이 자식이 크면 어렵더라고 하는 말씀이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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