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면 자칫 빈둥거리기 쉬운 아이들. 해방의 날을 맞은 아이들의 기분을 감안해 처음에는 참아주지만 일주일이 가고 2주일이 지나면 부모들은 슬슬 잔소리꾼으로 변하게 된다. 카우치에서 TV 채널을 돌리며 뭉개거나, 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비디오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동양 무술도장으로 보내면 어떨까.
브루스 리나 재키 챈의 영화로 미국인에게도 익숙해진 동양무술. 이젠 태권도나 카라데, 쿵푸 등 무술도장은 LA 곳곳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지만 동양무술은 체중조절이나 산만한 어린이들의 주의력 증진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많은 소아과의사들은 경험적으로 인정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할뿐 아니라,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방학이 끝나도 계속 연마하게 만드는 동양무술을 마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키드쉐이프’라는 어린이 체중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아 내분비 전문의사인 나오미 노이펠드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신체와 무술을 통한 예법을 배우면 학교 학업에서부터 식습관까지 모든 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베벌리힐스 마샬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김봉경 관장은 무술은 꼭 신체적 운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신적으로 또 영적으로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어린이들은 신체적 기술을 연마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존경심 질서의식 자신감을 학습하게 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다.
매일 오후 5시면 베벌리힐스 마샬 아트센터에는 4~13세의 어린이 수십명이 모여든다. 한시간 동안 달리고 뛰고, 차고, 스트레칭하고 쉴새 없이 움직인다.
8세, 10세인 알렉스와 아더 배인은 4세 때부터 엄마 타마라 배인과 태권도를 배워왔다. 일주에 세 번 내지 다섯 번씩, 3~4년간을 빠짐없이 연마해 왔다. 지금은 모두 검은 띠다.
전직 댄서인 타마라 배인은 무술이 좋은 점은 다른 운동과 달리 자기 자신과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운동은 못하면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고 다른 부모들로부터도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으나 태권도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좋은 운동이다.
상당수의 의사들도 이젠 동양무술을 건강증진의 관점에서 새롭게 인식한다. 키드쉐이프의 노이펠드는 LA 어린이들의 80%가 대통령위원회가 정한 체력 테스트에서 낙방한다고 지적하며 "체중조절에는 운동이 최고며, 운동 중에서도 무술연마가 어린이들의 건강한 신체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야구, 테니스, 수영 등 다른 스포츠들이 계절 운동인 반면 무술은 일년 내내 하게 되며 또 한번 무술에 발을 들여놓으면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무술은 체중조절 외에 신체적으로 또는 정서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도 상당한 개선 효과가 있다. 다운 신드롬이나 주의력 부족 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 아동의 치료에도 무술훈련은 효과적이다. ‘ADD 어린이의 신화’란 책을 저술한 소노마 카운티의 정신과 의사인 토마스 암스트롱은 무술훈련은 정서장애(hiperactive) 아동이나 ADD로 판정 받은 어린이들을 교정하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고 적고 있다.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혼돈상태의 에너지를 정돈된 방향으로 분출시키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있음이 임상적으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LA의 소아과의사 프레드릭 프리드먼 박사는 일반 팀스포츠에서는 개개 어린이들이 관심을 덜 받게 되고 또 못하면 처져서 떨어져 나가는 어린이들이 항상 생기게 되나 무술훈련에서는 개개인 어린이들이 주의를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하므로 집중력 개선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술훈련 시간에 자신감을 갖고 집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일상생활에도 이어지는지는 분명치는 않다고 그는 덧붙인다.
그러나 동양무술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신체적 접촉을 싫어하는 어린이나 아이가 눈언저리가 시퍼렇게 해서 들어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차고 때리는 무술이라고 해서 다른 운동에 비해 더 많이 다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많이 움직이면 두뇌도 빠르다
많은 노인들은 운전중 굼뜨다고 뒤에서 누가 경적을 빵빵 울려대는 일을 몇번 당하게 되면 자신이 늙었음을 실감하고 운전대를 놓게 된다. 자신이 생각해도 운전이 예전 같지 않고 신호등이나 다른 차들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 늦다. 그러나 노인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반응행동이 더뎌지는 것은 아니다.
노인이 돼도 신체운동을 활발히 하면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반응운동을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가능한 행동 중 하나를 재빨리 선택해서 취할 수 있는 능력을 의학적으로 중추 통제기능(executive control function)이라 부르는데 이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된다.
중추 통제기능은 의식이 거의 작용하지 않고도 이뤄지는 자동 행동과는 달리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행동선택이 요구된다. 일례로 신호등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어 자동차를 출발시키는 순간 인도에서 보행자가 차도로 내려선다면 개스 페달로 옮긴 발을 재빨리 떼서 브레이크를 세차게 밟아야 하는데 이런 순간 중추 통제기능이 작동한다.
미국 스포츠 의과대학 연례 학회에서 최근 보고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노인들은 남녀불문하고 젊은이와 거의 대등할 정도로 빠르게 반응했다. 그러나 신체활동이 적거나 보통 정도에 그치는 노인은 크게 뒤 처졌다. 이 연구를 수행한 일리노이대의 운동기능학과 찰스 힐먼 교수는 24명의 노인들을 신체활동 정도에 따라 구분한 다음 이들의 중추 통제기능을 젊은이들의 경우와 비교 조사해서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고 "활발한 신체활동은 지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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