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였다. 태극전사들의 투혼도 하나, 붉은 전사들의 함성도 하나였다.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지구촌에 흩어져 있던 동포들도 하나였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모두가 하나임을 확인했다.
25일 새벽 태극전사가 전차군단의 벽을 넘지 못했을 때도 우리는 하나가 됐다. 그 아쉬움을 모두가 ‘아름다운 패배’로 불렀다. 태극전사들이 폴란드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군단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떠올리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신화를 지켜보면서. 이날 전차군단의 승리도 우리들의 하나됨의 미학을 넘어서지는 못하리라.
태극전사의 4강과 우리의 하나됨은 세계인의 눈에는 ‘충격’이었다. 수 십 년 수백 년이 지나야 맛볼 일들이 불과 30일이라는 기간에 벌어졌다. 민족의 저력이 용솟음 쳤고, 한 핏줄의 자랑스러움을 다시 찾았다. 4강 진출은 가시적인 업적일 뿐이다.
세계인이 확인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결집된 힘이었다. 자발적이고 질서정연한 문화시민의 긍지는 시시각각 전 세계로 타전됐다. 세계의 언론들은 무질서와 폭력으로 점철된 월드컵 개최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집단적이면서도 평화롭고, 자발적이면서도 통합 지향적인 모습에 찬사를 넘어 경외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국민의식은 LA 동포사회에서도 재연됐다. 1세든 2세든, 우리말을 잘 하든 그렇지 않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든 동포들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하나가 됐다. 태극기를 찾아들고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목청껏 ‘오 필승 코리아’ 합창했다. 조국을 위하는 일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밤잠을 설치며 열정을 쏟았다. 갈등과 어둠의 역사로 점철된 우리 사회를 단번에 치유할 성스러운 힘이었다.
우리의 하나됨은 다인종 커뮤니티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 LA 한복판에서 태극기를 꽂고 질주하는 백인 친구들,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장을 찾아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라티노들, 붉은 전사 티셔츠를 입고 꽹과리와 장구 앞에 덩실덩실 춤추는 흑인친구들, 모두가 펼쳐놓은 한마당에서 하나가 됐다.
경제사적으로 우리는 국가 신인도를 한층 높이며 고급 브랜드 탄생 가능성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는 문화력의 열세 속에 세계 시장에 내놓은 물품들이 제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경제력과 문화력 사이의 언밸런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4강 달성’과 ‘선진 시민문화 입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음으로써 우리는 경제력에 상응하는 문화강국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명실상부한 선진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고 이는 자연스레 대외 신인도로 연결돼 우리의 수출·외자 유치가 확대되는 등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 지구촌을 상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1% 높이는데 드는 비용이 1억달러에 이른다는 한 보고서를 감안할 때, 이번 경기가 가져다 준 경제적인 효과는 헤아리기 힘들다.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태극전사들이 이번 경기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믿음의 소중함을 상기시킨 일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그들은 국민들에게 희망의 빛을 심었다. 경기 내내 그들을 따라다닌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국민들은 ‘못할 게 없다’는 갖가지 방식의 믿음과 격려로 응답했다. 그들은 ‘노력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지구촌 가족에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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