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한국의 폴란드 2:0 격파가 그러한 예이다. 경기전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네티즌은 2:1로 한국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고 극히 일부만이 질 것으로 답변했다. 대부분의 네티즌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설마 낙승을 거두리라고는 예상 못했다. 그만큼 월드컵 1승은 우리에게 멀고 험한 길이었고 특히 월드컵에서 2차례나 3위를 차지한 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상대로 거둔 완벽한 승리라 더욱 더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
폴란드를 이긴 날, 새벽잠을 설쳐가며 TV로 축구중계를 지켜본 한인들은 참으로 벅찬 흥분과 감격을 느꼈다. 아침잠이 많아 TV중계를 놓친 한인들은 어떻게 축구중계도 안보고 잘 수 있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했지만 그 날 하루종일 흥분과 감격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타운의 한 직장에 근무하는 한인 여성은 아예 자정부터 중국:코스타리카, 일본:벨기에, 한국:폴란드 3경기를 다 지켜보면서 밤을 지새웠지만 전혀 피곤한 줄을 몰랐다고 한다.
지난 1월 패사디나 로즈보울 구장에서 열린 골드컵 대회에서 한국이 미국과 코스타리카에 패하는 경기를 지켜봤던 40대의 한인 남성은 자기가 보면 한국팀이 진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여겨 새벽에 일어나서도 TV를 일부러 켜지 않고 간간이 라디오 중계에만 귀를 기울이면서 한국의 승리를 간절하게 빌었으며 한국의 승리가 확정된 후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렸다고 고백했다. 한국팀을 상징하는 붉은 티셔츠를 구하지 못해 빨간 양말을 신고 잠을 청했다는 한인까지 있는 등 한국의 승리를 향한 우리의 기원은 그만큼 간절했다.
현재 한인타운 업소마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경품 대잔치가 한창이다. 타운의 한 요식업소는 무료로 자장면을 제공하고, 한 전자업소는 대형 TV를 무이자로 판매하고, 한 마켓은 추첨을 통해 하와이 왕복항공권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월드컵 사은행사를 펼치고 있다. 타운의 한 자동차 판매업소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이미지 광고를 내고 있다. 한 광고 대행사에 따르면 업소 가운데 90% 이상이 월드컵에 관련된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가구업소는 ‘가구 엑스포’라는 문구 대신 ‘가구 월드컵 엑스포’로 바꿔달라고 할 만큼 광고주들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다 한국이 계속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실 한인타운에서 월드컵 특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수치로 환산하기 힘들다. 단지 평소에 비해 요식업소 등을 중심으로 매상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마켓, 전자제품 판매업소, 24시간 사우나 등 관련 업소도 역시 매상 증대가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월드컵 1승에 경제가치를 14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드컵 1승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각종 먹거리의 소비증가이며 월드컵 공식 후원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광고효과도 극대화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매출증대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8강까지 진출할 경우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이로 인해 국가 브랜드 인지도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100억달러 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월드컵 특수는 한국처럼 수치로 환산하기 힘들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한인들의 경제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해주는 에너지를 주고있다. 한국이 폴란드를 격파한 날, 뜬눈으로 밤을 지샌 직장인들과 비즈니스 업주들도 피곤한 줄 모르고 하루종일 벅찬 가슴으로 일했다고 한다. 미주 한인들의 조국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모두가 함께 간절히 염원하고 기도했던 일이 성취됐을 때 느끼는 공동체 의식과 조국애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벅찬 감격과 넘치는 삶의 활기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파이팅! 코리아.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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