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생활을 풍자한 우스개 말로 ‘한인들은 미국을 휩쓸고, 주름잡고, 누비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미주 한인들의 주류 업종이 바로 청소업, 세탁소, 봉제공장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사실 이민 연조나 숫자로 볼라치면 한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점하는 위치는 주름을 잡기는커녕 아직도 변두리에서 맴도는 소수민족 중의 소수임을 자인치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한인들은 거대한 미국사회에 자극을 줄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 한인들은 종교적으로 미국인들보다 열심이다.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으레 교회가 세워지고 교회를 구심점으로 하여 이민생활이 재정비되고 활성화된다. 사양길에 접어든 썰렁한 미국교회 건물이나 유대인 회당 건물을 사들여 활기 넘친 교회당 건물로 탈바꿈시켜 놓는 유일한 민족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신앙의 불길은 교민사회 테두리를 벗어나 미국사회를 복음적으로 소생시키자는 데로까지 확산되어지고 있다.
둘째, 한인들이 경제적으로도 미국인보다 활기가 있다. 뒤늦게 맨주먹으로 이민 전선에 뛰어들어 유대인, 마피아 독점의 텃세 높은 뉴욕 청과물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웬만한 도시의 소수계 지역 상권을 장악해 버린 것이 바로 억척스런 한인들이다. 가끔 뉴스거리로 오르내리는 뉴욕 브루클린 한인 청과상에 대한 흑인들의 불매운동도 한인들의 저돌적인 경제적 도전에 대한 흑인사회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풀이될 수도 있겠다.
수년 전 작고한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크 로이코는 언젠가 그의 고정 칼럼에서 “왜 한국인들의 성공을 모방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으로 흑인들에게 보이코트이라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쓸데없는 억지를 걷어치우고 오히려 근면하고 사업적 재주가 있는 코리안에게서 교훈을 배우라고 충고한 바 있다.
셋째, 한인들의 교육 열기는 미국인들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갓 이민 와서 아파트 신세를 면치 못하는 형편이면서도 가구보다는 피아노부터 먼저 사들이는 한국 부모들의 극성스러움은 실로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명 청소년 음악경연대회의 TV 중계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한인 아이들이 미국 기악계를 주름잡을 날도 멀지 않았구나 싶다.
학교 공부만 하더라도 종래는 유대계나 앵글로 학생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수석자리를 이제는 이민 온지 얼마 안된 한인 학생들이 차지하고 졸업식에서 ‘벨레딕토리언’의 명예를 얻기 시작했음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보게 된다. 어찌 그뿐이랴. 교육 환경이 좋다고 소문난 교외의 유대인 주택가는 끈질기게 비집고 들어오는 한인 1세들에 의해 코리안 주거지로 변모되고 있다.
게다가 요즈음엔 미국 정치계에도 얼굴을 디밀기 시작했고, 스포츠계에는 한국인들이 발을 본격적으로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뒤늦게나마 기름진 이 땅에 오게 된 것은 지나친 물질적인 축복으로 인하여 오히려 나태해진 미국을 거듭나게 하라는 하늘의 깊은 뜻이 깃들여 있는지도 모른다.
한인이 미국을 휩쓸고, 주름잡고, 누비고 다닌다는 익살스런 표현은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실지로 “네 날개를 담대히 펼쳐라”는 하늘의 지상명령일 수도 있다. 지극히 작고 연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치시는 하늘의 역설적인 섭리가 바로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인 코리안 아메리칸을 통하여 이 땅에 구현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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