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서 샌호제 방향으로 880번 프리웨이 타고 가다보면, 하이 스트릿을 넘어가는 다리가 시작되는데 도로 중간 협소한 자리에 나무 두 그루가 손잡고 서 있다.
듬직한 나무 옆에 수줍음을 타는, 부부나무다. 양편의 4차선 차량들에 스칠까봐 밑둥은 다듬어진 날씬한 다리, 머리는 푸성한 것이 차를 멈추어 확인할 수는 없었어도 오클랜드의 상징인 떡갈나무임에 틀림없다. 집에 와 백과사전을 들추어보니 그런 것 같다.
교외를 달리다 보면 수목으로 오고가는 길의 경계선을 만든 것은 볼 수 있지만, 이처럼 도시의 중심부 협소한 시멘트 차량경계선 사이로 솟아 있는 나무는 본 일이 없다.
프리웨이란 게 시간단축에만 온 신경을 쓰고 거기에 목숨건 듯 질주하는 곳이고 보면 필자는 거의 25년을 지나치면서도 나무를 의식한 것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더구나 그 지역은 커브가 시작되기 때문에 앞만 주시하게 된다.
오래 전 그 나무를 신문 칼럼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한 독자와 수인사를 나누었는데, 필자의 글을 통하여 자기도 그 나무를 의식하게 되었는데 도시적 척박함에서 나무는 자기에게 생기를 주었다고 했다.
한 인간이 같은 자리에 몇 십년을 서 있다면 그것은 감금상태 아니면 죽음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나무는 불행하기는커녕 구름과 바람과 새들을 불러 생명의 아름다움을 구사한다.
나는 그 나무를 볼 때면, 당시 프리웨이 공사를 맡았던 설계사의 다감한 감성을 읽어내고 싶어진다. 블도저로 밀어버리면 공사비도 절감되었을 터인데, 건축가는 도시 공간에 작품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차마 사랑을 담고 서 있는 나무를 건드릴 수가 없어서 도면을 다시 그려 나무를 살려낸 것이 아닐까.
비록 자신이 자연 훼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인간의 현대화 그늘에서 무참히 죽어 가는 나무들에 대한 양심선언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도시 미관상 남겨진 것이었을 터인데도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의도적으로 살려진 게 확실해진다.
또는 프리웨이가 생기면 그 위를 시간에 쫓겨 달아나는 사람들에게 흐르는 세월을 의연히 붙잡고 있는 나무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양화 난초의 여백 그 여유처럼, 정지된 나무에서, 생명은 움직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멈춤에도 있다는 것, 참선과 기도, 사색, 이런 것들과 동질인 정지(靜止)의 의미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게 아닐까.
직선의 프리웨이로 알려진 880번, 나무가 선 근방에 이르면 폭포 앞에 급물살을 타듯 커브를 만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나무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 마치 하품 나는 생활 중간에 주는 충격요법처럼, 아니면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떠나버리는,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아 영원히 멈추어 서게 하는 그런 조바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아니었을까.
아무튼 진리마저도 시대와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세상인데, 모든 게 뒤틀린다해도 콘크리트 속에서 생명을 지키고 서있는 나무, 그 신뢰감은 그 설계사 의도보다 훨씬 큰 대견스러움을 담고 있다.
그러나 공해에 찌들어 시커먼 떡갈나무가 꿈을 꾼다면, 숲 속 나무들과 어울려 바람 타고 노래함일 게다. 우리 욕심만 차릴 게 아니라 그 나무를 친구들 있는 산으로 옮겼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종달새를 조롱새로 만들지 않기 위해 새장 문을 열어 주는 것처럼,
식당은 생일날에만 가는 시대는 지났다. 대부분 가정의 김치도 한국 식품점에서 책임지게 된 세상이다. 식당과 식품점은 고객을 식구로 대할 시대란 말이다. 이윤에 앞서 고객들의 건강 관리에도 일말의 책임이 주어진다.
"맛이 없다고 우리 식당 손님이 줄어도 우리는 조미료(MSG)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유아가 소모하는 량의 MSG를 쥐에게 먹였더니 뇌와 눈에금방 이상이 오더랍니다"라고 한 식당 주인이 말했다. 그 식당 주인을 보고 있자니 언뜻 프리웨이 중간에 서 있는 미더운 나무 생각이 났다. 물론 그 나무를 살려낸 고속도로 설계사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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