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이민여권을 가지고 LA 공항에 도착하여 마중 나온 동생들과 차를 타고 오면서 왠지 모를 설렘이 있었고 앞으로 겪게 될 일들로 근심도 되었다.
"상황은 다르더라도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다. 생소한 모든 여건이 나를 당황하게 하고 때로는 걸림돌로 나를 힘들게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해냈고 잘살고 있으니 나도 할 수 있겠지" 하였던 모든 다짐과 생각들은 여기 저기에 틈새를 보이며 "모르면 용감하다"는 진리를 실감케 해주었다.
이곳에 오기 전 한국에서 10여년 이상의 숨가쁘게 바쁘던 시간들. 생각해 보면 주부로서 사회인으로서 단체의 일원으로서 1인 다역을 떠 안으며 참으로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친정동생들이 잘 살고 있는 미국 땅에 관심은 많았어도 내가 가서 살겠다는 간절한 염원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적도 없었지만 어느 날 보니 나는 이곳 캘리포니아에 앉아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50대 나이에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아직도 방향감각을 잡을 수 없고 보따리를 완전히 풀기도 겁이 난다. 모든 걸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부담이 언어장벽과 함께 머리를 무겁게 한다.
지금은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종류의 조그마한 비즈니스를 시작하여 4개월이 조금 넘었고 혼자 꾸려나가면서 배우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지내고 있다.
이곳은 한인들이 아주 귀하다. 그래서 한인들을 보면 오랜만에 동기간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 마음껏 수다스러워지고 웃음도 헤퍼진다.
이민오기 이전 자주 놀러와서 편하게 지냈던 곳인데도 이민자로 살려니 같은 땅이 낯설고 때도 없이 밀려드는 외로움과 우울함 때문에 불면의 밤이 자주 생긴다.
미국에 와서 최소한 2년은 견디고 나야 이곳을 알게 되고 나름대로 조금씩 좋아지더라는 것이 선배들의 경험이고 보면 1년 정도 더 견디면 나도 한결 편해지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해 본다.
한인 동포들이 마음으로라도 상대를 배려해주고 힘들 때 격려해 주며 이민생활 초보자들에게 이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