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페랭이 메가폰을 잡은 ‘위대한 비상’에서는 철새들의 대장정이 리얼하게 묘사됐다. 북극 제비갈매기 떼는 북극을 출발해 7,600마일을 고공 비행한 뒤 남극에 도달한다. 뻐꾸기, 꾀꼬리, 기러기, 두루미 등 수백 종의 철새들은 알을 낳기 위해, 겨울을 나기 위해 떼 지어 상상하기 어려운 구간 내내 쉼 없이 날개 짓 한다. 철새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도 함께 어울리면 할 수 있다는 원리를 체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철새들은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힘차게 날개를 퍼덕이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이로써 위로 뜨는 힘, 즉 양력을 받게 된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얘기다. 앞쪽에서 나는 새에 의해 양력이 생기고 비스듬하게 가까이 있는 새들이 이 양력의 도움으로 자신의 힘을 조금씩 비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양력의 효과는 V자형으로 무리 지은 새들에 차례로 전파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철새들이 일렬횡대로 날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양력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데 있다. 철새들은 이동에 필요한 체내 에너지원 옥타코사놀을 갖고 있지만 주위에서 생기는 양력이 없다면 에너지원이 고갈돼 원거리 비행을 할 수 없다. 혼자 태평양 상공을 날았다면 기네스북에 오르련만, 철새들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은 ‘나홀로 비행’이 아니라 ‘떼 비행’의 효과를 숙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떼’의 효과가 한인들에게도 점차 인식되고 있는 모양이다. 새해 벽두에 올해를 ‘건강 다지는 해’로 잡아놓고서도 하루하루 정신 없이 지내다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게으름을 피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도루묵 타령’을 하던 한인들 가운데 ‘떼’에 합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교회나 단체를 중심으로 한 축구, 야구, 농구, 달리기 동호인 모임에 문을 두드려, ‘성인병과의 외로운 투쟁’의 부담을 훌훌 벗어버리려는 중·장년층이 하나 둘이 아니다. “뜻한 바를 성취하면서 동시에 친목도 다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목표를 세운 뒤 혼자 이뤄내면 빛이 더 날지 모르지만 아무리 해도 ‘홀로 서기’에 번번이 실패한다면 그 빛이 반감하더라도 ‘함께 서기’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례로 서로를 눈여겨보고 격려하는 직장 금연모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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