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찮은 이집트의 움직임
▶ ‘타임’이 가상한 전쟁 시나리오
중동전은 이집트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부패와 실정으로 얼룩진 내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언론을 동원, 이스라엘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이집트의 최대 현안은 팔레스타인의 곤경”이라고 선전해 왔다. 이와 함께 무바라크 대통령은 절대 빈곤 속에서도 엄청난 국방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이집트군의 강력함을 자랑해 왔다.
이 때문에 무바라크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팔레스타인이 중요하고 이집트군이 강하면 왜 군사력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면하게 됐다.
이 때문에 1,600대의 탱크로 무장된 4개 탱크사단과 8개 기계화 사단을 거느린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력을 풀면서 이스라엘을 협박하기 위해 시나이 반도로 출병하는 제스처를 쓸 수 있다.
이집트가 움직이는 기미가 있으면 2,000대의 탱크와 7개 사단을 거느린 군사강국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골란 고원쪽으로 병력을 움직일줄 모른다. 이쯤되면 팔레스탄인 출신이 많은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이스라엘과 맺은 평화협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자신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700대의 탱크를 앞세운 2개 기갑사단과 2개 기계화사단을 국경지대로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이 상황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치기 위해 시리아나 요르단에 길을 내달라고 요청하고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회교도들의 지지가 거세지면 두 나라는 이 요청을 무작정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는 이스라엘로 스커드미사일 50기를 날렸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술수준으로 볼 때 이라크의 생화학무기도 그리 염려할 바가 못된다. 레바논 남부에 자리잡은 헤즈볼라도 국가는 아니지만 항구도시 하이파까지 때릴 수 있는 공격용 로켓 수백기를 포함,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랍국들이 국민의 강력한 지지 또는 압력 속에 경쟁적으로 병력을 동원하고 이스라엘이 대응, 결국 전쟁이 터지는 상황을 우리는 이미 본 적이 있다. 1967년 중동전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당시 전쟁의 단순한 재판이 아니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계속 군사력을 증강, 아랍과의 군사력 차이를 더욱 벌였다. 팔레스타인 게릴라들과의 전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정규전이 되면 아랍은 한 마디로 이스라엘의 적수가 아니다.
400대의 최첨단 전투기로 무장된 이스라엘 공군력은 아랍 전투기 30대가 떨어질 때 자국 전투기 한 대를 잃는 수준으로 시리아 공군에 대해 ‘80대0’의 우세를 보였던 1982년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몇수 위다. 여기에 이스라엘은 엄청난 양의 정밀유도 미사일까지 비축하고 있다. 이스라엘 육군은 11개 기계화사단이 골간으로 중과부적이나 속도전이나 전투력에서는 이스라엘 육군이 앞선다.
문제는 빛나는 승리조차 이스라엘에는 재앙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엄청난 전비를 쏟아 붓고 피를 흘려 이긴다 해도 안보를 얻을 수 없으며 이스라엘의 승리로 서구 특히 미국이 얻는 것도 아무 것도 없다. 아랍이 모멸적으로 패한다면 아랍의 과격파 근본주의자들은 권력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사실상 처음으로 갖게 된다. 이스라엘이고 아랍이고 가릴 것 없이 아라파트 수반의 장수를 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