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두 종류로 나눈다면? 하나는 신체 부위중 어느 한군데라도 이미 뜯어고친 여자, 또 하나는 기회만 되면 언젠가 그렇게 하려는 여자. 라고 대답할 만큼 오나가나 성형수술 얘길 듣는다. 여자 셋이 모이면 옛날엔 접시가 깨진다더니 요샌 아예 몸뚱이가 성한 채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대화는 주로 ‘너 요즘에 아무개 만난 적 있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아무개가 원래는 어디가 어떻게 생겼었잖니’로 이어지고 나면 적어도 30분쯤은 화제가 궁색해질 걱정은 없다.
누구는 턱을 깎아서 인상이 몰라보게 달라졌고, 또 누구는 코를 어찌어찌 고쳤는데 수술이 잘못됐다느니, 이마·눈·입술·가슴·팔·허리·배·엉덩이·종아리에 이르기까지 한바퀴 일주를 하게 된다.
입가에 점 하나, 눈가에 주름살 하나도 여기선 무사히 통과되질 않는다. 어딜 고치려면 어떤 방법이 제일 좋고, 경비며 회복기간은 얼마, 쌍꺼풀은 역시 어느 의사가 가장 예쁘게 뽑고, 베트남계 의사는 유태계 의사랑 뭐가 다른지, 수술하기에 제일 좋은 기회는 연중 언제인지, 하여튼 입 가진 사람은 누구든 한마디씩 보태니 ‘성형수술의 모든 것’이라는 팸플릿 한권 만드는건 일도 아닐 것 같다.
"내가 왕년엔 속눈썹이 숱도 많고 좀 길었니? 눈 밑에 그림자가 질 정도였잖아. 근데 요샌 좀 피곤하다 싶으면 앞이 잘 안보이고 컴컴해. 왜 그런가 봤더니 눈 윗꺼풀이 하도 늘어져서 눈동자를 뚜껑처럼 덮어버리는 거야" "나는 아예 몸의 앞뒤를 자동차 타이어 바꿔 끼듯 한바퀴 돌려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얘. 살 빠질 땐 왜 가슴부터 빠지고, 찔 때는 왜 배부터 찌는거냐구. 티셔츠같이 몸에 붙는 옷을 입으면 뒷 겨드랑이 살이 디룩디룩 삐져 올라와서, 점점 밑으로 쳐지는 앞가슴하고 반대로 돌려놓고 싶지. 바지를 입으면 배가 엉덩이고, 엉덩이가 배쪽으로 왔으면 좋겠다니까. 이러다가 교통사고라도 나서 쓰러져 있으면 누가 와서 내 몸이 앞뒤로 바뀐 줄 알고 얼굴을 등쪽으로, 뒤통수를 앞쪽으로 빙 돌려줄까봐 겁난다"
"그 왜 얼마전에 결혼한 그 여자 있지? 그 여자 가슴수술 했잖아. 데이트는 다른 사람하고 오래 했었는데 맘 변해서 딴 남자한테 시집갔더니, 옛날 애인이 술만 마시면 주정을 한 대. 수술비는 내가 줬는데 정작 즐기는 녀석은 따로 있다면서"
하하하, 호호호. 별의별 엽기적인 얘기가 도마위로 올라와 토막토막 칼질이 되다가 한 1~2초 정도 침묵의 순간이 생긴다면 그것은 각자가 ‘그럼 나도 한번 본격적으로 고쳐 봐?’ 하면서 속으로만 바쁘게 견적을 뽑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눈치도 없이 "너희들은 부지런도 하다. 난 화장을 하는건지 변장을 하는건지, 어쨌든 그런 시간이 제일 아깝더라.
아침엔 뛰쳐나가기도 늦은 마당에 얼굴에 그림 그리느라 쫒기고, 밤에는 졸려 죽겠는데 그림 지우느라 잠 뺏기고. 이게 무슨 바보짓이니? 얼굴도 그저 가발처럼 썼다 벗었다 할 수 있어서 한번 화장해놓은 얼굴을 밤에는 꺼내 옆에다 놓아두었다가 나갈 때면 다시 얹고 나갔으면 좋겠어.
60이 넘으면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안 받은 사람이나 똑같고, 70이 넘으면 미녀든 추녀든 별 차이가 없지 않니? 거기서도 더 나이들면 사실은 땅 위에 걸어다니는 사람이나 땅밑에 누워 쉬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지 뭐" 이런 소릴 했다가는 인민재판에 넘어가 호된 꾸지람을 받기 십상이다.
벌떼같은 총공격의 여세를 몰아 그 자리에서 당장 성형수술계가 조직될 수도 있겠지? 아니면 또 누가 뭐랄건가. 그저 한 30분동안이나마 실컷 미녀되는 문 앞까지 갔다왔으니, 스스로 이미 원하는 모습으로 변한 것 같은 환상에 빠져 행복했을텐데. 여자들의 수다는 그래서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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