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종교인들이 지나치게 배타적인 종교실천을 하고 있고, 여성 억압적인 제도와 이념에 대해서 시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종교계 일각에서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미주 한인사회는 종교공동체와 긴밀히 결부되어 있어서 종교공동체가 변화되지 않으면 한인사회도 배타적이고 고립적인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지난달 한국에서는 원불교 여성교무(성직자) 38명이 정녀선서를 거부해 정녀선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원불교는 성직자가 되려는 여성들에게 정결을 지키겠다는 선서를 요구하고 있는 데 여성 교무들은 이것이 원불교 고유의 평등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녀선서를 하지 않으면 교역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현 제도는 세상 욕심을 버리고 종교를 선택한 우리들의 자발적인 의사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자 교무와 달리 ‘정녀’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 선서를 거부한 여성 교무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들은 지난달 4일 원불교학과 입학시 일괄적으로 받는 정녀지원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정녀선서를 집단 거부했다고 한다.
한국 종교계의 여성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근대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여성이 처녀, 정녀, 혹은 동정녀이어야만 신성한 종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는 원불교 정녀선서는 원불교의 근본정신이라기보다 여전히 여성의 자율성과 성, 성애를 남성의 손에 넣으려는 유교 남성들의 조선시대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원불교는 기독교나 불교 등의 대종교와는 달리 한민족에 의해서 조선시대 창립된 신종교이다. 조선의 것은 모두 열등하고, 미신이며,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하는 역사의 물결 속에서 조선말 우리 선조들은 다수의 신종교를 창립하여 한민족의 문화와 종교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투쟁하였다. 그때 일어난 많은 신종교들이 제도를 갖춘 종교로 살아남는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원불교는 불교적인 정신을 고유한 한국종교로 승화한 창립자 소태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생존, 발전해온 한국의 종교라 할 수 있다.
이번 원불교 여성교무들의 정녀선서 거부는 한국사회에서 남성 우월적 병폐가 차츰 시정되고 있는 이때에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요, 자연스러운 대세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원불교 여성교무들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이 일고 있다. 이 운동에 미주 한인사회도 참여한다면 한인들의 종교 공동체가 미국내 타종교는 물론 한국내의 타종교와 연대할 수 있는 장이 된다고 본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너머서 한국 여성들의 정당한 주장을 지지하는 일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미주사회보다 한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남가주 한인사회의 종교인들이 한국 의 원불교 여성 성직자들의 투쟁을 지원함으로써 건강한 종교정신과 실천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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