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싱챔프 루이스 타이슨 상대 ‘꼼수 소송’
주먹싸움보다 입씨름, 입씨름도 모자라 법정다툼. 한동안 뜸하다 싶었던 프로복싱 헤비급 마켓의 꼴불견이 재연되고 있다.
깨끗하게 주먹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엉뚱한 샅바싸움으로 프로복싱 인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걸핏하면 되풀이되는 이같은 해프닝의 새 메뉴는 WBC-IBF 통합챔프 레녹스 루이스(영국)가 마이크 타이슨을 상대로 한 소송.
최근 하심 라흐만에게 KO승을 거두며 7개월만에 챔피언벨트를 탈환한 루이스는 지난 4일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WBC 세계타이틀 지명도전권자 타이슨이 내년 1월19일로 예정된 레이 머서와의 타이틀 전초전을 갖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루이스는 또 타이슨이 끝내 머서와의 경기를 강행할 경우 자신에 대한 지명도전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루이스와 타이슨은 내년 봄 맞붙기로 돼 있다.
루이스가 내세운 소송제기 사유는 그야말로 걸작(?)이다.
"만일 타이슨이 1월19일 (머서와의 매치를) 치르고도 지명도전권을 유지하게 된다면, 이는 흥행을 최고로 보장해줄 시의적절한 (루이스와 타이슨의) 세계타이틀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 바, 특히 타이슨이 1월19일 경기에서 부상이라도 입을 경우…"
이리 보면 루이스가 돈벌이만 생각하는 것같고 저리 보면 경쟁자 타이슨의 몸을 꽤나 걱정해주는 듯한 내용이다. 심지어 "기왕이면 성한 몸으로 내게 덤비라"는 루이스의 충만한 자신감마저 풍기는 대목이다.
그러나 속셈은 영 딴판이다. 루이스가 어떻게든 타이슨과 붙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고 있다는 게 복싱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상식적으로 ‘타이슨의 현재 전력’을 체크하는 차원에서라도 루이스로선 타이슨-머서전을 고맙게 지켜봐야 할 상황. 타이슨의 부상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궤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들이 가만 있더라도 발끈했을 타이슨이 여론까지 자기편인 이 마당에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그는 5일 성명을 통해 "내 커리어에 콩놔라 팥놔라 하려는 루이스의 기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11월에 라흐만과 리매치를 가질 수 있도록 지명도전권자인 내가 양보해줬더니 루이스는 ‘제멋대로 룰’이나 만들어내려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내년봄 루이스-타이슨전은 2,000만달러 상당의 ‘거액 공사’로, 챔피언이 75%, 도전자가 25%를 차지하는 관례에 비춰, 루이스는 승패에 관계없이 1,500만달러 안팎의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럼에도 루이스가 이상한 꼼수로 도망치려는 이번 해프닝은 "주먹은 역시 타이슨"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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