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를 쳐서는 안되고 벨트라인 아래를 때려서도 안되며 팔꿈치로 찔러도 안되고 발을 쓰면 더욱 안되며…. 복싱을 골목싸움과 구분 짓는 ‘십계명’은 사뭇 엄격하다. 천하의 마이크 타이슨이 한창 때(97년) 링 밖으로 추방된 이유도 ‘허가받은 핵주먹’ 대신 ‘금지된 핵이빨’로 상대(이밴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공이 울리기 전 혹은 공이 울린 뒤 주먹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율법’이다.
제임스 버틀러(28·뉴욕). 비교적 늦은 프로복싱 입문에도 불구하고 ‘할렘의 쇠망치’란 애칭 그대로 타고난 끼와 탄탄한 실력을 발휘해온 버틀러(18승3패 12KO)가 ‘공친 뒤 주먹질’로 중량급 세계 챔프 꿈은 고사하고 긴 세월 수갑 찬 수양생활을 해야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버틀러는 지난 23일 뉴욕주 앨바니에서 벌어진 미들급 논타이틀전에서 10회 종료 공이 울린 뒤 자메이카 출신의 리처드 그랜트(24·14승8패)의 안면에 숏훅 반칙 포를 터뜨려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은 것.
다 이긴 게임을 놓친 것(판정패)은 당연지사. 뉴욕주 체육위가 즉각 버틀러의 선수자격을 무기한 박탈시킨 것도 그를 2급 폭력혐의로 기소키로 한 뉴욕경찰의 결정에 비하면 약과랄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경찰에 불려가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7년형을 언도 받게 된다.
지난 9월1일 IBF 미들급 챔피언 스벤 오트케에게 도전했다 판정패한 버틀러는 최근 WBO 챔피언 조 캘자기에 대한 도전권을 받는 등 세계챔프 언저리를 맴돌았으나 금요일 밤의 대실수로 선수 커리어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의 삶까지 망칠 판국이다. 더욱이 이날 경기는 9·11 테러참사로 뉴욕시의 재건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마련된 행사였고 버틀러는 대전료 1만달러를 전액 ‘트윈 타워 펀드’에 기부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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