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뭐해요?”라는 소리에 두리번거렸더니 앞에 차에서 누가 아는 체를 했다. 언뜻 보니 스님 같기도 하고 도대체 누구지 하며 차 안을 들여다 보았더니 DJ DOC의 이하늘이었다. 반가웠다.
당시에 신문을 통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올 때 여서 몇 마디 물었다. “그냥 좋아요”하는데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눈을 여전히 맑았다. 안심이 됐다.
이하늘에게는 빚이 남아 있다. 작년 연말, 뮤직비디오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인 뮤직비디오 페스티발을 준비할 때였다. 회의에서 오프닝으로 힙합드림팀을 꾸며 보기로 하고 추진을 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국내의 최고 힙합퍼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과장 좀 보태면 빈 라덴과 부시를 한 자리에 세우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하나로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에 서로가 미묘하게 걸리는것도 부딪히는 것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돌파구를 이하늘이 열어주었다.
이하늘이 회사로 찾아왔을 때 그의 첫마디는 “저안해요. 그 말 할려구 온 거예요”였다. 2시간 동안의설득 끝에 이하늘의 대답은 “좋아요. 할게요. 근데 드림팀이라고 하면 몇 사람 더들어가야 되는데, 제가 전화해서 설득할게요. 제가 하자면 할거예요”였다.
결국 행사 사흘 전에 섭외가 끝났고 행사 전날까지 밤을 새며 음악을 만들었고,힙합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는지 놀랐던 ‘힙합드림팀’이 성공적으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 할 수 있었다.
고집쟁이 이하늘도 꼼짝 못했던 말은 “이하늘씨가 해야 하늘씨 후배들이 이 멋진 무대의 오프닝을 그 쟁쟁한 가수들 앞에서 할 수 있어요”였다.
그리고 시간 날 때 마다 나에게 했던 말은 “애들 출연료 꼭 좀 챙겨줘요”였다. 그가 자신의 음악을 ‘뽕댄스’라고 불러도 사람들은 그를 힙합의 맏형이라 부르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당일날 생방송 1분전에 이하늘이 무대에 개를 풀어놔서 잡으로 다니느라고 진땀을 뺐다. 장난은 진지할 때 진지할 줄 아는 사람이 쳐야 당하는 사람도 즐겁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