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참사는 학생들의 대입지원 경향마저 바꿔놓았다. 지난 5일자 월스트릿저널은 ‘새시대의 대학’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고교생 자녀를 가진 미국의 부모들이 올 가을 대학선택기준의 최우선 조건으로 무엇보다 ‘안전’과 ‘재정’을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전한 내용을 소개한다.
일리노이주 디어필드에 사는 12학년 조 다나비는 동부의 명문대 진학을 꿈꿔왔다. 그러나 9월11일 이후 어머니는 새로운 규칙을 내놓았다. ‘집에서 운전거리 5시간 이상 되는 학교 진학금지’. 어머니 머린은 "한편으론 아들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상시 집에 급히 돌아올 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을 찾기로 했다"고 말한다.
자녀들의 비상시 안전문제와 급속도로 냉각되는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수십년간 대학선택의 최우선 조건이었던 ‘명성’이 이제는 ‘안전과 비용’으로 대치되고 있다.
올 가을 대입지원시즌이 시작되면서 펜스테이트나 아이오와 대학과 같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목가전원풍의 대학들의 지원률이 지난해에 비해 15∼35% 증가했으며 인디애나 대학의 지원자 모집행사에는 작년의 두배나 되는 인원이 참석했다. 한편 보스턴칼리지나 포드햄 같은 큰 도시의 대학들은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타지역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울상이고 펜실베니아 대학은 지난 여름 이미 모집행사를 개최했던 고교들을 재차 방문해 필라델피아 캠퍼스가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에 대해 강조하는 설명회 개최에 한창이다. 조지타운대학은 큰 도시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밤’을 여는 한편 재학생들에게는 주변의 대입지원자들에게 안심하고 지원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도록 권장하는 등 신입생 모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시대학들의 걱정은 신입생 지원률이 급감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뉴욕이나 워싱턴 DC 인근 대학에서는 재학생들이 떠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턴 인근에 소재한 포드햄대학에서는 이미 합격통지서를 받은 내년도 입학예정자중 많은 학생들이 선택을 바꿀까 걱정이며 실제로 워싱턴DC의 아메리칸대학의 경우 테러발생직후 3명의 재학생이 전학한 데 이어 12명이 이번 학기 휴학계를 제출했다.
캐런 릴리는 연 3만4,000달러가 소요되는 뉴욕의 바나드 칼리지를 지망했지만 부모의 강력한 권고에 못 이겨 연학비 1만500달러의 버지니아 비치 인근 윌리엄&메리 대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캐런은 이같은 부모의 권고에 대해 "비상시에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집 근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재정문제에 예민해 있는 요즘 두배가 넘는 학비 부분이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뉴욕 맨해턴 소재 NYU나 컬럼비아대학 측은 몇몇 개인이 전학을 고려할지 모르지만 전반적인 추세에는 큰 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전국의 주립대학들은 지난 한달간 대학진학 예정자들의 관심도가 현격히 증대됐다는 설명이다.
<김상경 기자> sangk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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