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용의 대부’ 최화섭씨 성공 스토리
▶ 한인 첫 정규학교 설립, 주류은행 대주주
앵커리지 시내에서 ‘국제녹용’을 운영하는 최화섭(52)씨는 ‘녹용의 대부’로 통한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에스키모 원주민들에게서 헐값으로 사들인 녹용을 한국 등지에 내다 팔아 일약 백만장자가 됐고 그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학교를 세우고 미국 은행의 주주가 돼 현지 한인사회에서는 성공한 사람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녹용의 ‘녹’자도 모른던 최씨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0년. 앵커리지 남서쪽 코디악 어업기지 인근의 원시림에서 고급 악기재료로 쓰이는 스프루스(Spruce)를 개발, 중동에 수출하려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바람에 한국서 가져온 3만달러도 모두 날리고 좌절의 쓴맛을 보고 있을 때였다.
스프루스 개발사업으로 인연을 맺었던 미국인 사업가는 시름에 잠겨 있는 최씨에게 ‘돈 안 되는 나무장사를 하지 말고 순록의 뿔을 헐값에 가져다 녹용장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당시 연방정부는 에스키모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식용으로 사용하던 순록(Reindeer)을 제한적으로 사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미국인 사업가의 권유로 에스키모 마을을 찾아간 최씨는 수천 개의 순록 뿔이 창고에 수북하게 쌓인 채 주인 없이 방치돼 있는 모습을 보고는 녹용장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밑천이 달려 선금도 내지 못한 채 순록 뿔 3,000파운드를 빌려와 장사를 시작했다. 1파운드 당 25달러에 사들인 녹용을 100달러에 팔아 짭짤한 이득을 남긴 최씨는 큰 시장 중 하나인 한국내 거래선을 뚫기 위해 녹용 400kg 들고 한국에 들어갔다. 세관에 150% 통관세를 물고 플라자 호텔에 방을 잡은 그는 국내 유통업자들과 뚝심의 거래를 벌인 끝에 1kg당 800달러에 가지고 간 물건들을 팔아치웠다. 2개월 간 600만원의 호텔비가 들어갔지만 보통 사람으로서는 평생 벌어도 벌기 힘든 32만달러를 단숨에 쓸어 담은 것이다.
녹용으로 번 돈으로 한국에 돌아가 전자사업을 하려다 실패를 한 뒤 1990년 다시 앵커리지로 돌아왔지만 이미 다른 업자들이 거래선을 쥐고 있어 예전처럼 장사를 시작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그가 개척한 것이 러시아였다. 알래스카 서단에서 배를 타고 시베리아로 건너가 현지업자들과 거래를 텄다. 그는 알래스카보다 순록 수가 몇 배나 많은 러시아에서 승부를 걸었다.
돈을 모을 만큼 모은 최씨는 뭔가 뜻 있는 사업을 찾다가 교육학 박사인 아내 최은숙(44)씨와 논의 끝에 학교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최씨는 1996년 건평 3만스퀘어피트의 2층 건물을 사들여 노던라이트 학원을 열었다. 한인이 알래스카에 세운 최초의 정규 학교였다. 이 학원에는 프리스쿨부터 초등학교까지 235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며 30명의 교사들이 있다.
최씨는 이어 1998년 100만달러를 투자해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크 지점의 지분 14%를 사들였다. 최씨는 "한인사회에서 만족하지 않고 주류사회로 뛰어들어가 한인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었다"며 "한인 1세에게 주류사회 진출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유방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내 세 딸을 돌보는 ‘풀타임 아빠’가 된 최씨는 "그 어느 사업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요즘엔 학교 사업이 가장 의미 있게 느껴진다"며 "세 딸을 위해, 그리고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앞으로는 학교를 키워나가는 데 온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98년부터 앵커리지 한인회 부회장 일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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