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처형된 티모시 맥베이의 폭탄으로 인해 엄청난 비극을 겪은 이래 오클라호마 시티는 여러 가지로 변모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랍고 예기치 못했던 일은 오클라호마 시티가 주요 관광도시가 됐다는 점. 폭파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오클라호마시타 내셔널 메모리얼’에 벌써 70만명 이상이 다녀갔고 구내 선물가게 역시 번창하고 있다.
이 시의 관광관계자들은 1995년 4월 19일, 폭파된 알프레드 머라 연방정부청사 자리에 지어진 이 기념관을 여늬 관광지처럼 마케팅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난달 이 도시는 기념관으로부터 인근 식당 및 나이트클럽 지역으로 연결되는 보도를 재단장하기 위해 연방관광개발 지원금 125만달러를 받았다. 엄청난 위력의 폭탄세례를 받고도 살아 남아 ‘서바이어 트리’로 불리는 이 곳의 오래된 느티나무는 상표등록된 로고가 되어 기념관내 선물가게에서 파는 폴로 셔츠와 모자에 새겨지고 있다. 이 선물가게에서 파는 티셔츠나 커피머그에서 나온 수익은 이곳의 운영비로 충당된다.
사실 폭발사건 이전, 이름 없는 도시였던 오클라호마 시티는 시체와 피와 뻥 뚫린 건물의 모습으로 갑자기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시신 발굴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헌혈을 하거나 수색 작업에 자원하여 줄을 선 보통 시민들의 모습이 비춰지면서 아직 10여년전 석유파동의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오클라호마 시민들 자신부터가 스스로의 영웅적인 모습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다시 말해 한 장소에 발생한 최악의 사태가 그 이미지와 자긍심에는 최선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3에이커의 대지 위에 자리잡은 이 메모리얼은 양쪽에 세운 두 개의 커다란 청동문의 그림자가 그 사이에 판 연못에 반사되고 추모마당에는 희생자 개개인을 추모하는 168개의 의자를 놓았으며 ‘서바이버 트리’는 연못가에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과 추모마당 이외에 방문객의 마음을 잡아 끄는 곳은 폭파일부터 사람들이 남겨놓은 곰인형부터 사진, 편지등을 모아놓고 있는 담인데 텍사스에 가는 길에 일부터 들렀다는 캔자스주민 제인 프라이어(60)는 “증오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어 꼭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 기념관 관계자 및 피해자, 또 희생자 유족들이 바라는 바다. 비폭력에 관해 교육하고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것이 이 기념관의 임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추모재단은 2400만달러가 든 이 기념관 건립비용의 반을 주로 개인 헌금을 통해 마련했으며 운영비도 부담하기로 했다.
기념관 부지가 5주기를 기념해 2000년 4월에 문을 열었고 지난 2월에는 박물관이 개관했으며 별도로 테러리즘 방지 연구소도 생겼는데 지난 2월 이후 7달러의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에 입장한 사람만 10만명이 넘는다. 상업성에 치우치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 판매 품목을 선정한 선물가게에도 많은 사람이 들른다. 티모시 맥베이에 관련된 것은 전혀 취급하지 않기로 한 이 기념관 티모시 맥베이에 관한 책을 쓴 사람이 자기 수익의 일부를 기증하겠다는 것도 거부했다.
그러나 앞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가면서 오클라호마 시티는 이 기념관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느라 애써야할 것이다. 그동안은 법정에서의 사태 진전에 따른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제 맥베이도 처형됨에 따라 그럴 일도 없어졌기 때문. 그러나 사람들은 폭파사건 말고도 오클라호마 시티에는 볼 것이 많다고 지적한다. 사건 이전에 발행된 4억달러 상당의 공채 덕분에 새로 운동장, 공연장, 도서관들을 갖추고 있고 그것이 관광객이 모이는 진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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