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법원에서 엄숙과 위엄을 갖춰 진행되는 것이 미국의 시민권 선서. 얼마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거행된 선서식은 격식에 개의치 않는 미국에서도 파격에 속하는 일이었다. 바로 지난 14일, 워싱턴 위저즈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간 경기의 전반이 끝난 하프타임 막간을 이용해 50개국 출신 50명이 MCI 센터를 꽉 채운 농구 관객들의 기립 박수 속에 미국 시민이 된 것이다.
이날 선서식을 주재한 이민국 워싱턴 지국장 워렌 루이스는 "법원에서 하는 선서식은 일반 대중들이 보지를 못합니다. 아직도 미국에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아보려고 오고 있음을 보게해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미국에 산지 18년만에 시민권 선서를 하게 된 우르과이 출신 다이아나 바날레스-도먼(30)은 자기가 위저즈의 게임 중간에 미국 시민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곧 이민자들을 구기 게임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더 미국적인 것도 없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핫독과 코카콜라까지 공짜로 주면 금상첨화겠다고도 생각하고요"
경기장에 가 조그만 미국기와 위저즈가 제공한 선물 가방을 들고 경기장 한쪽 끝에 모여앉아 있던 이들은 첫 쿼터가 끝난 다음에 이민국 관리의 인도로 무대 뒤로 가서 대기했다가 전반전이 끝나자 ‘아메리카 더 뷰티풀’이 연주되는 가운데 코트로 나가 줄지어 섰다.
장내 아나운서가 "세계 50개국 출신 이민자 50명의 특별 귀화선서식이 있겠습니다"고 방송을 해도 전혀 관심없이 떠들어대던 관중들은 이어 위저즈와 함께 이 선서식을 주최한 미국유태인협의회의 워싱턴 지부 대표로 유태회당의 라바이가 나와 1945년에 미군에 의해 아유슈비츠에서 구출되어 미국에 와 미군이 되고 시민이 된 자신의 이민체험을 이야기하자 조금 조용해지더니 루이스 지국장이 선서할 사람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자 조용해졌다.
루이스를 따라 이들이 모두 오른손을 들고 "나는 미국의 헌법과 법을 지지하며 국내외의 모든 적에 대항해 지킬 것..."이라는 선서문을 읽기를 마치자 관중들은 새 미국 시민들을 오래오래 뜨거운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이어 코트에서 돌아 나오는 이들에게 이민국 관리들이 통로에서 시민권 증서를 나눠 주며 즉시 서명하라고 당부함으로써 시민권 선서식 순서는 모두 끝났고 이날 위저즈는 103대 9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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