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에 올라 체스로 승부를 가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스꽝스런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 개표전이 바로 이런 형국이다.
이제까지의 선거전은 권투경기와 마찬가지였다. 링에 오른 두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고 지원부대가 코너에서 훈수를 두는 식이었다. 그러나 공화당 코너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 코너의 앨 고어는 서로 상대에게 KO펀치를 날리지 못한 채 막상막하의 게임을 끝냈다.
선수들이 마무리짓지 못한 게임을 위해 이번에는 판정 훈수꾼들이 링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치러야 할 게임의 방식은 선수들에게 적용된 것과는 다르다.
이들은 주먹을 그러쥐고 필사의 펀치를 교환하는 대신 체스 판을 두고 링 한복판에 마주앉았다.
양측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외교관과 시간당 700달러를 지급 받는 특급 변호사들을 전사로 차출했다. 새로 뽑힌 선수들은 바쁘다. 상대의 공세를 치밀하게 막고, 역공을 취하는 동시에 링 아래로 내려간 주전선수들을 코치해야 한다.
가끔씩 새로 구성된 전사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기색을 엿보이곤 한다. 심판의 판정에 시비를 거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미 헌정사에 유례 없는 상황이기에 참고할 만한 모범 교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분위기와 모드는 여전히 선거전인데 대응해야 할 현실은 개표전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체스를 두면서 가끔씩 권투선수의 모션을 취하기도 한다.
단상단하에서 혼돈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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