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DC 화가들의 ‘아트 나잇’ 프로그램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워싱턴의 애담스-모건 유흥가에 있는 바 ‘탐 브라질’에 가면 옷을 홀딱 벗은 여자를 볼 수 있다. 입장하려고 특별한 암호를 노크하거나 많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단돈 8달러에 스케치북만 갖고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일단 들어갔다하면 그림을 그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당장 쫓겨난다. 이곳은 나체쇼 하는 곳이 아니라 지난 3년간 나체 모델을 놓고 드로잉과 페인팅을 공부하는 ‘아트 나잇’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라 가짜 화가는 금방 들통이난다.
’아트 나잇’의 디렉터이자 미술을 지도하는 조비 조밴카는 참가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자기가 그린 것을 들어보라고 해서 가짜를 가려내지만 가짜는 그리 흔하지 않다. 대부분은 아마추어건 프로건 대다수가 정식으로 그림공부를 한 이 지역 미술가들이 술집에서 조용히 남자 또는 여자 모델의 나신을 그리는데 열중한다. 참가자들은 어딘가에 매이거나 수강료를 내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DC예술협의회가 시작한 ‘아트 나잇’은 요즘은 입장료를 가지고 운영된다. 일주일에 이틀, 한번에 3시간씩 운영할 책임을 혼자 맡고 있는 조밴카는 술집의 비어있는 방을 이용하니 사람들이 나오기가 더 용이해졌다고 말한다.
"워싱턴에는 미술을 공부하거나 그저 그림을 그릴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하는 참가자 데이브 그린필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혼자 그림 그리려고 모델을 고용하기는 비용도 많이 들고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아트 나잇’은 그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줘서 아주 좋다는 그는 "그렇게 간단히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일"이라고 칭찬한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조지타운의대에 입학하고 그만뒀다는 제이 패티도 ‘아트 나잇’ 사인을 보고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
그러나 외부인의 시선을 스크린 하나로 차단하는 반은 공개적인 미술 클래스가 한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른 바에서 할 때는 술손님들이 자꾸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불법 스트립쇼장이라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 모인 화가들은 그런 귀찮은 일들을 어떻게 넘겨야할지는 이미 터득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실수로 들어왔는데 모두들 일어나서 저를 감싸며 ‘미안합니다. 아트 나잇이예요’라고 소리쳤어요"라고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화요일의 모델 아가씨는 말한다.
화요일은 연필이나 목탄으로 하는 스케치, 수요일은 수채화를 그리는 날이라 참가자가 조금 적다. 화요일의 클래스를 다 마친 지닌 캘란드라는 보통 미술강좌에서처럼 사람들에게 자기가 그린 것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자기 그림을 어깨너머로 들여다보지도 않는 이 클래스가 정말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조밴카는 모든 참가자들의 그림을 가끔씩 돌아 본다. 과도하게 성적이거나 사람이 아니라 막대기가 그려져 있으면 그것을 그린 사람의 얼굴을 한번 더 쳐다보고 당장 나가달라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여기서 그린 그림은 가끔 전시도 되는데 참가자인 프리랜스 화가 마티 파월은 "이 전시회와 클래스는 이 도시 미술계에서 인맥을 다지고 자기의 실력을 과시할 좋은 기회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일거리도 찾게 된다"고 고마워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