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를 뺨치는 용모, 세련된 매너, 비운의 은막스타 마릴린 먼로와의 짧았던 결혼생활, 세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손수 자신의 자동차를 닦아내는 등 검소한 생활, 야구계 라이벌들의 화해를 주선하느라 동분서주했던 노년의 삶….
지난해 3월 83세를 일기로 숨진 메이저리그 강타자 조 디마지오에게는 59년전인 41년 세운 불별의 56게임 연속안타 기록을 비롯한 통산타율 3할2푼5리·통산홈런 361개 등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세워놓은 무수한 기록뭉치 이외에도 추억거리가 주렁주렁 맺혀 있다. 특히 지난 8월말에는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죽마고우이자 변호사 모리스 엥겔버그의 입을 통해 디마지오가 "이제야 마릴린을 만나보게 되는군"이라고 중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숨을 거뒀다는 ‘애뜻한 하직’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금 그의 지순한 사랑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러나 보기드문 야구영웅 디마지오가 세간에 알려진 이미지와는 영 딴판으로 이중적인 위선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문을 몰고온 책은 전기작가 리차드 벤 크레이머가 쓴 ‘조 디마지오: 영웅의 생애’.
뉴욕데일리뉴스가 16일 보도한 ‘…영웅의 생애’에 따르면 이탈리아계인 디마지오가 프랭크 코스테요가 이끄는 마피아조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실생활에서도 멋쟁이 신사풍모와는 달리 매우 폭력적인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세기의 결혼’으로 화제를 뿌리고, 죽어가면서까지 애타게 불렀다는 먼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책은 정작 결혼생활중 디마지오가 먼로에게 수차례 폭력을 휘둘렀으며 9개월만의 파경을 맞은 뒤에도 먼로를 집요하게 스토킹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먼로가 62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지기 전 둘이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로 알려진 내용.
또한 이 책은 디마지오가 검소한 생활을 했다기보다는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돈에만 신경을 쓰는 수전노이자 추악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며 디마지오의 죽음을 지켜본 변호사 엥겔버그는 이를 다 알면서도 버젓이 아름답게 포장하고 디마지오를 팔아 개인적 잇속이나 챙기는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쏘아부쳤다. 작자 크레이머는 디마지오가 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월드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일어난 지진 직후 쓰레기봉투에다 60만달러를 싸들고 나타난 일화까지 소개하며 ‘돈밖에 모르는 디마지오’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특히 엥겔버그는 디마지오가 죽자 손가락에 낀 36년 월드시리즈 제패기념 반지까지 빼내 챙겼다는 게 크레이머의 주장이다.
크레이머가 디마지오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이며 그의 삶을 어떻게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미화일색인 디마지오의 삶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쓰여졌다는 점에서 ‘…영웅의 생애’는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엥겔버그는 문제의 책에 대해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라고 일소하고 있다. 그는 또 회고록 수입 30만달러도 플로리다주 할리웃에 있는 조 디마지오 어린이병원 등에 기부했고 월드시리즈 반지는 죽기전 그가 직접 준 것이라고 반박하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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