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직못한 젊은이들이 개발, 100옌에 1분동안 칭찬
불과 10년전만 해도 천하제일국을 자부했건만 연속되는 경제불황으로 사회적으로도 침체된 요즘 일본이지만 약간의 지출을 하면 언제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요즘 환율로 95센트 정도를 내면 전문적으로 아첨을 해주는 서비스가 생겼기 때문이다.
도꾜의 번화가 시부야의 한 길모퉁이에 ‘아첨의 집, 1분에 100옌’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과 밝은 "전문 아첨꾼"이라고 쓰인 빨강색 스웻셔츠를 입고 나선 고야마 유조(25)와 미즈노 케이야(23)는 ‘아첨의 집’의 CFO(Chief Flattery Officers)들이다. "최근에 칭찬받은 적 있으십니까?"라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함치는 고야마에게 질세라 미즈노도 "1분만 시간을 내세요. 당신의 숨겨진 매력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실 겁니다"라고 덧붙인다.
고야마와 미즈노는 시험 삼아 이 서비스를 청한 학생 하야시 다케오(20)를 록 스타와 비교하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칭송하며 놀랍도록 멋지다고 추켜세운다. "당신의 눈에든 다이아몬드는 도대체 몇 캐러트나 되나요?"
순발력있는 재치와 타이밍, 약간의 역설과 엄청난 칭찬을 혼합하여 두 사람은 곧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지만 이들의 앞에 선 손님들에게는 사실 보기보다 심각한 우려들을 갖고 있다. 요즘 일본에는 구조조정과 늘어나는 범죄율, 정치 지도력의 약화, 국력에 대한 자신감 상실로 인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는 사람이 많다.
"돈을 내고 칭찬을 받는 것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라고 말하는 블루진 재킷과 슬랙스 차림의 히야시는 "요즘처럼 문제가 많은 일본에서 그나마 분위기를 밝게해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사람은 이 두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만족한다.
손님중에는 칭찬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도 있고 아무리 칭찬해줘도 성에 차지 않아하는 사람도 있다. 탐 크루즈 같은 용모로 어디 가나 눈에 딱 띄는데다 장래도 앙양하다는 말을 들은 19세의 학생 토베 나오아키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저는 자신이 별로 없거든요. 아무리 잘생긴 사람에게도 일본 사람들은 칭찬을 거의 하지 않는데 정말 기가 막혀요"라고 좋아했다.
사회학자들은 일본은 격식을 중요시하는데다 묵시적 이해가 통용되는 단일 문화권 사회라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 비해 칭찬을 아낀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공공연한 칭찬은 오히려 욕이 되기도 한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드러내놓고 칭찬했다가는 그 사람을 왕따로 만들기 십상이며 때로 지나친 칭찬은 적에 대한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 사교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환영받지만 그것도 격식에 맞춰서 덜 직접적으로 해야만 한다.
고야마와 미즈노가 아첨 비즈니스에 착안하게 된 것은 취직 준비를 위해 학원에 함께 다닐 때였다. 각각 소위 명문이라는 와세다와 게이오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하지 못한 두 사람은 쇼맨쉽과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을 즐기는등 비슷한 점이 많음을 깨달은데다가 남들보다 앞서 취직을 한 소위 승자들조차 떳떳지 못한 기분으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을 보고 ‘전국민 사기 진작’ 부문에 수요가 있다고 판단, 의기투합하게 됐다.
긴장해 있는 샐러리맨과 시험점수 발표를 앞둔 학생들을 칭찬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두 사람은 텔리비전에도 몇번 출연했고 기업 모임과 결혼식등에 초청받으며 장차 아첨을 전자상거래로 확충시킬 꿈을 꾸는등 비즈니스를 키우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불투명한 장래가 한편으로는 걱정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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