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파리 교외에서 추락한 콩코드기의 사고는 초호화 여객기의 참사란 점에서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그 이면에 아름다운 인간정신이 펼쳐진 스토리로 감동을 준 사건이기도 하다. 파리공항을 이륙한 지 2분만에 추락한 사고기가 떨어질 뻔 했던 지점은 병원이 있는 마을의 중심지. 때마침 퇴근시간에 도로는 자동차로 꽉 차 있던 때였다. 조종사는 추락 직전 30초간 온 힘을 다해 기수를 돌려 비행기는 벌판에 떨어졌다. 조종사와 탑승자는 모두 사망했지만 지상에 있던 2만5,000명의 인명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이 이야기는 마치 타이타닉호의 침몰사고 처럼 감동적이다. 1912년 당시 세계 최고의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가 대서양에서 빙하에 부딪혀 침몰했을 때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워 대피시키고 남자 승객들과 더불어 죽어간 이야기는 두고 두고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이들의 죽음은 인간의 사랑과 희생의 극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 한다. 죽음이 종말이냐, 또는 새로운 시작이냐는 문제는 사람마다 우주관과 종교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죽음 다음의 세계로 천국과 지옥, 극락과 연옥이 있다고 하고 죽은 후에도 다시 살아나는 윤회와 부활이 있다고도 하지만 죽음이 이 세상과 세상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인 것은 틀림 없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 한다. 예수도 죽음을 앞두고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처럼 무서운 죽음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사람에게는 사랑과 희생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는 자기를 죽인 사람들을 위하여 마지막 기도를 했다.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서소. 자기가 하는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라고.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월남 파병 당시 파월훈련 중 부하가 잘못 던진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서 중대원들의 목숨을 구하고 숨진 강재구 소령을 비롯하여 우리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죽음의 주인공들이 많다.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익사한 청년, 열차 건널목에서 어린 자식을 밀쳐내고 숨진 어머니, 불길에 싸인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많은 인명을 구하고 순직한 소방대원 등의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죽음을 이겨낸 인간의 아름다운 정신에 감동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모두 이렇게 아름다운 죽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을 해치고 죽는 파괴적인 죽음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을 정치적인 이유로 죽인 스탈린은 죽음을 이렇게 말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인의 죽음은 통계이다” 이 말에서는 사랑이나 희생이란 찾아볼 수 없다.
히틀러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전쟁터에서 죽인 사람 뿐이 아니다. 홀로코스트라고 하는 유대인 대학살 처럼 다른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겼다. 그는 끝까지 전쟁을 하여 사람을 죽일대로 죽여놓고 자신도 베를린의 한 지하 벙커에서 권총 자살을 했다. 인질범이 죽으면서 인질을 몰사시킨 것이나 다름없는 악마적 죽음이었다.
프로이드는 “인생의 목표는 죽음이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인 셈이다. 다만 집행날짜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인생이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 목표는 죽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죽음이 아름다운 종말이 되느냐, 파괴적인 종말이 되느냐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에 달려 있다. 행복한 인생을 살았느냐, 불행한 인생을 살았느냐를 그 종말에서 알 수 있다. 콩코드기의 조종사는 그런 행복한 인생을 산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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