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에는 초조하게 세관을 통과하여 나오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길지는 않지만 인생의 절반을 서로 다른 대륙,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란 동기간을 만날 기대에 부푼 사샤 터너(11)였다.
알콜중독자 부모 아래서 배고프고 헐벗은채 아무도 돌봐주지 않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다가 4남매가 두명씩 다른 가정, 그것도 러시아와 미국으로 갈라져 입양되는 바람에 헤어져 한때는 생사도 몰랐던 동생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사샤는 스베틀라냐(10)와 디미트리(9)를 곧 알아보고 뛰어가 손을 잡았다. 그들을 데리고 온 러시아인 양부모 유리 및 빅토리아 이스마일로프와 사샤와 막내 발렌티나(8)를 입양한 미국인 터너 부부도 서로를 포옹했다. 사샤의 아버지 휴 터너(43)는 "반쪽이던 가족들이 이제 만나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5월, 당시 매릴랜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중이던 휴 터너와 그의 아내인 건축가 패트리셔 헤일리(45)는 러시아로 가서 아이들을 입양했다. 1991년에 결혼해 침실 3개짜리 집도 마련했지만 아이가 없었던 부부는 입양을 원하는 대부분의 다른 부부들과 달리 나이든 아이들을 원했다. 자기들도 나이가 들었는데다가 나이 때문에 입양되기 어려운 아이들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입양기관의 도움을 얻어 러시아의 볼가강가에 있는 사마라의 대형 고아원에 간 그는 2개월전 알콜중독자 부모로부터 압수된 4남매중 2명을 알게됐다. 4명중 가운데 2명은 이미 1개월전에 그 지역 러시아인 부부가 입양해 갔었다.
아이들은 나이에 비해 작고 여위어 있었다. 아이들을 밖으로 나가 데리고 놀다가 스낵을 주었더니 사샤가 당장 근처에서 놀던 동생을 불러 먹으라고 주는 것을 본 터너는 상당히 감동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 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란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입양 수속이 잘 돼 곧 매릴랜드로 온 아이들은 잘 자라줬다. 축구 스타이자 우등생인 사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사진을 방에 걸어놓고 있는 6학년생이 되고 2학년이 되는 발렌티나는 발레도 배웠고 수영도 배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미국 아이가 다 된 사샤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다. 헤어진 남동생과 여동생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기에 터너는 입양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최선을 다해서 그 아이들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곧 조사도 하고 편지도 썼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러시아 입양기관의 주선으로 1년쯤 전에 워싱턴에서 러시아 고위공직자들을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그중 한사람인 사마라시 관계자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2주후에 터너의 집으로 러시아에서 항공우편이 날아왔다. 두 남매와 그 부모들의 사진과 편지가 들어있었다. 집에는 개와 고양이가 있고 재봉사인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옷을 입고 행복하게 산다며 자기들도 헤어진 남매의 소식을 무척 알고 싶어했노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두 가족 사이에 편지와 E 메일이 오간 끝에 터너와 헤일리가 2400달러를 부담하기로 하고 러시아의 가족들이 10일동안 미국을 방문하게 됐다. 터너가 아들에게 했던 약속이 지켜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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