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의 신장이식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게 된 한인 김인수(49)씨. 그의 얼굴에는 더 없는 밝은 미소가 감돌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 둘도 없는 벗을 하나만이라도 얻으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퇴원 하루만인 21일 파운틴 밸리 자택에서 만난 김씨가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친구의 신장이식 덕분에 앞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기쁨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신장을 나눠 줄만큼 친한 친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의 인생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간호사의 진료를 받으며 간간이 입을 연 김씨는 "건강상태는 매우 양호하며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집 거실에는 ‘집으로 건강하게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으며 리번에 매달린 보라색, 하늘색, 흰색 풍선들이 천장을 수놓고 있는 것을 보니 가족들의 기쁨 또한 매우 컸으리라 짐작된다.
홍건식씨가 고등학교 동창생 김씨에게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은 지난 15일 샌타애나 소재 웨스턴 메디컬 센터에서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시술은 성공적. 이들은 20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김씨는 오랜 생명 연장을 위해 신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한 당뇨환자였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씨가 이를 안 것은 3년전. 홍씨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받은 정밀신체검사 끝에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친구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기 위해 신장을 이식해 주기로 결심했다.
홍씨는 수개월 전에도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김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이를 연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신체 장기의 하나를 친구의 몸에 이식함으로써 친구가 행복한 삶을 되찾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홍씨와 김씨는 대광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69년에 졸업했다. 김씨가 미국으로 이민온 이후에도 이들은 서로를 방문하기도 했기며 전화로 연락하면서 우정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 왔다.
신장이식 수술의 성공은 김씨 가족들에게도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김씨의 장모 박희숙씨는 "기쁨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마음씨 좋은 사위가 아픈 것을 보고 미국 언론을 통해 사위의 치유를 호소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아름다운 선물을 안겨준 홍씨는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는 20일자 1면에 동화 속의 이야기만큼이나 아름다운 이들의 우정과 수술 성공을 1면에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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