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하게 퍼는 백합향처럼 평생 봉사자로 살고파”
뉴저지 아시안여성기독봉사센터(Asian Women’s Christian Association)는 한인여성들의 기쁨이자 행복이다. 35년간 꾸준히 봉사해오고 있는 위옥환 AWCA 이사장을 만났다.
▲여고 여름방학 계몽운동이 시작
“지금의 나는 내가 계획했던 삶이 아니었고 하나님이 인도하고 지켜주신 한량없는 은혜였음을 인정한다. 50년전 대학을 선택할 때 특별한 재주도 없고 이상도 없었는데 풍문여고 2학년 여름방학때 친구들과 대한기독청소년계몽대로 강원도 정선에 3주간 계몽운동을 다녀온 것이 시작이었던 것같다.”
위옥환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시골로 간 봉사활동이 평생의 삶에 끼친 영향을 말한다. 1946년 서울에서 3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위옥환은 어머니가 6.25전쟁후 적십자병원으로 봉사활동 가서 김치를 담그고 의료용 솜을 싸는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자랐다.
“이화여고와 사대부고 등 각 남녀고등학생 40여명으로 구성된 청소년계몽대는 산골 오지 마을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공부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여학생들이 돌을 주워 모으고 남학생들은 담장과 지붕을 고쳐주었다.”
봉사를 떠나기 전에 큰 회사와 가게를 방문하여 일용품과 기금을 모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열심히 하였다고 한다.
그 일은 대학을 결정할 때 자연스럽게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로 가게 되고 대학시절 4년동안 여러 봉사기관을 장기간 다니면서 실습 하는 일로 연결되었다. 위옥환은 한국YWCA 회원으로 진명여고 Y틴 간사, 연세대 재활원 및 홀트 양자회의 한국 후원가정 방문조사, 대학병동과 정신과병동 실습 등을 거치며 자연스레 봉사활동이 몸에 배었다.“사회사업과 학생들은 1학년때는 얌전하고 조용하다가도 졸업반 무렵이면 다들 털털한 성격으로 변했다. 나도 그랬다.”
위옥환은 대학시절 미팅에서 만난 가톨릭의대생 김 권과 결혼, 1969년 뉴저지 패터슨에 살면서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자원봉사가 몸에 밴 미국인
그는 남편이 마취의로 근무하는 뉴저지 페터슨 세인트 조셉 하스피탈 병원에 영어를 배울 겸 봉사활동을 나갔고 그곳에서 미세스 커린을 만나 4H클럽에 조인하게 되었다.
“1969년~1983년 4H 클럽 멤버이자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미세스 커린은 영어와 봉제를 가르쳐주었고 미세스 켐불은 매일 핑크 레이디 봉사일을 하는 40세중반 여성이었다. 다들 친절하고 어떤 도움이라도 주려고 했다.”
위옥환은 아이들 옷을 만들어 바자회에 내놓고 무엇이든 배우면서 “이 나라 국민들은 자원봉사가 몸에 밴, 자원봉사가 기반이 된 나라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것은 위옥환이 사춘기시절부터 대학에서 배운 것과도 일맥상통했다.
“30대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40대에는 내가 배운 것을 봉사하자는 생각이었다. 75년에 남편과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이원규 박사의 부인 장화인을 만났다.”
뉴저지에 사는 두 사람의 이대 졸업동기는 뉴욕한인YWCA이사로 있으며 처음엔 주부클럽으로 시작했다. “10명이 모여 백합클럽을 만들었다. 동네친구, 교회친구 등 웨인의 우리 집에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회원들 집을 돌아가면서 합창, 꽃꽂이 등의 취미 활동을 했다.”
그는 서울미대 출신 이웃에게 그림을 배웠고 어덜트 스쿨, 로칼 아티스트 스쿨을 다니며 실력을 연마한 다음, 회원들에게 가르쳤다. 한마음, 백합클럽, 샘물클럽 조직, 멤버로 활동하며 많은 친구들을 모으고 사귀었다.
“다들 재미있게 했다. 장화인은 피아노를 잘 치니 찬양과 노래를 가르치고 전도사들은 성경공부, 기타반은 1주일에 한번 교사를 모셔다가 배웠다.”
80년초부터 모임을 갖고있던 중에 레오니아 소재 뉴저지연합교회의 최진섭 장로(광주YWCA 출신)가 뉴저지 한인YWCA 창립 제안을 해왔다. 이미 교인 20명이 모아져 있었다. 백합클럽 10명이 함께 하며 30여명으로 시작된 것이 1987년 뉴저지 한인YWCA의 탄생이다. 장화인이 초대회장이 되었고 에섹스 카운티 몽클레어 YWCA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 버겐YWCA 소속이 되었다가 그해 7월1일 뉴저지여성사회봉사센터(AWCA)로 재조직되었다. AWCA는 2004년 10월 티넥으로 이전하며 자체 회관도 마련했다.
위옥환은 2000~2002년 AWCA 회장, 2003~2013년 상임이사, 2013년부터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뉴저지 가정상담소
한국 최초의 여성변호사 이태영 박사가 1985년 워싱턴, LA지역에 가정상담소를 열면서 뉴저지 지역에도 열고자 했다. AWCA 만년총무를 하던 위옥환은 1989년 뉴저지YWCA 직속 한인가정상담소 소장이 되었다. 이에는 남편 김권씨의 적극적인 외조가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몰라 하니까 한국 가정상담소에 가서 5주간 실습을 하고 오라고 했다. 이태영 박사에게 우리 와이프 보낸다며 전화를 했고 나는 그 길로 한국에 가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꼬박 하루를 함께 상담소 실습을 했다. 남편 말이 셋업 되어 있는 것을 카피하면 쉽다고 격려했다.”
그는 6살 위인 남편을 지금도 ‘오빠’ 라 부른다. 자신은 병원 일에 묶여 살더라도 아내만은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고 살라며 적극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서 돌아와 30여명의 후원회를 조직한 다음 9월 8일 오픈한 것이 뉴저지 가정상담소이다.
“한인영 정신과 박사를 중심으로 전문상담사들이 상담을 시작했고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이 힘을 모았다. 89년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애들 학원이 어디가 좋으냐부터 가정폭력, 학교폭력, 싱글맘 등 모든 문의가 다 들어왔다.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포트리 메인스트릿으로 상담소가 오피스를 얻어나갔다. 26년간 따로 있다가 올해 7월 기존의 1층에서 2층으로 증축된 AWCA 건물로 상담소가 들어왔다. ”
가정상담소는 면담 후 약이 필요하면 정신과 의사가 환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처방전을 써주고 필요시 약도 사준다. 상담료도 형편에 따라 정해진다.
위옥환은 11년간 초대 가정상담소장을 지낸 후 음갑선, 박경순, 김화영 역대소장에 이어 현재 김경실 소장이 맡고 있다.
현재 AWCA는 김선우 회장, 제미경 사무총장이 이끌고 있으며 가정상담소, 시니어센터, 홈케어, 엔젤입양아학교, 평생교육원, 아이소리 합창, 연례바자, 유명음악가 초청 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특히 2003년 뉴저지 처음으로 홈케어 자격증 수여 한국기관으로써 직업창출에 기여해 오고 있다. 11월6일에는 파라무스 더 테라스 앳 비아지오스에서 ‘2015 AWCA 연례기금모금 갈라’가 열린다.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위옥환은 사근사근한 말씨에 친절한 성격, 교유관계가 넓은 마당발이라 펀드레이징 잘하기로 유명하다. AWCA 골프대회, 가톨릭의대 골프대회는 100명, 카마(KAMA)골프대회는 200~300명씩 출전자를 모은다.
“우리는 이민 1세의 마지막 세대다. 그동안 1세들의 이사회에 1.5세가 늘었고 회의를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진행한다. 한인을 비롯 타민족까지 1,000여명이 AWCA를 이용해오고 있다. 한인사회에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위옥환은 지난 35년간 AWCA의 지역봉사 활동을 ‘백합향’에 비유한다. (초창기 10명의 백합 클럽을 기억하라) " 백합은 냄새로 옆의 사람을 살리고 주위를 아름답게 만든다. 설사 AWCA 이사회에서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끝날 때는 항상 서로 사랑하는 가를 확인하고 보듬는다. 미국에 와서 사귄 그 많은 친구들의 사랑과 믿음과 후원으로 성장을 했고 그들이 오늘의 우리를, 나를 있게 한다.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일이 엄청 커버렸다. 그의 넉넉한 품안에 들면 세상만사 뭐든지 해결될 것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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