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어때요?” 질문에서 휴일 파티 아이디어 등 다양... 문제점 찾고 전략수립 도움
▶ 조사대행 회사들도 늘어... 개선조치 없으면 하나마나
[설문조사 하는 회사 증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 분위기나 기분, 건의사항 등을 간단하게 또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설문조사하는 고용주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짧게는 한두 개, 길게는 수십여 개의 질문서를 만들어 매주 또는 연중 설문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 진작과 회사 경영방침 설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에 위치한 메티스 커뮤니케이션스에 근무하는 레베카 조이너는 아마 다음과 같은 질문서에 당황해 했을 것이다. “매니저들이 그녀의 말을 잘 듣는다고 느끼는가?” (그렇다). “지난주 했던 일 중에 가장 자부심을 느낀 일은?” (마케팅 프로젝트를 도와준 일). “애들처럼 당황스럽게 머리를 한 적이 있나?” (파마를 잘못했다. 1987년 스타일로) 등등.
조이너와 그녀의 동료 컴퓨터에 매주 세 차례는 올라오는 질문들이다. 이런 종류의 짧고 지속적인 설문은 조이너스 동료들뿐 아니라 다른 미국 근로자들에게는 직장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이런 설문을 짧고 빠르고 정기적이라고 해서 ‘맥박 설문’이라고 부른다.
고용주들은 월별, 주별 또는 일별로 진행되는 대단히 짧은 질문으로도 곪아 터지지 전에 사전에 문제를 감지하고 찾아낼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회사들은 자주하는 설문 대신에 1년에 한 번씩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구글과 같은 회사는 두 가지를 모두 채택하고 있다.
회사뿐만이 아니라 일선 매니저들도 크고 작은 결정을 하기 위해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단으로 설문을 사용하고 있다. 회사의 광범위한 전략에서부터 작게는 피자 파티의 토핑을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설문을 실시한다.
또 작은 회사들까지도 모바일 앱 등의 방법으로 통해 직원들의 다양한 직업 만족도와 근무 분위기 평가에 나서고 있다.
이들 설문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지만 대개는 갤럽과 같은 설문회사들을 이용하거나 ‘knowyourcompany.com’ ‘TinyPulse’ ‘15Five’ ‘BlackbookHR’ ‘Niko Niko’ 등 새로 등장한 회사들에 위탁해 이런 속사포식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이들은 한 달 50달러를 받거나 종업원 당 15~100달러를 받는다.
▲ 미국회사의 80%가 설문조사
인사관리 소사이어티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회사의 약 80%가 직원들의 기분이 어떤지를 측정하는 설문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1년에 한차례씩 하지만 직원들이나 매니저들은 연중 실시하는 질문이 너무 길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에이온 휴잇’의 인사관리를 컨설팅해 주는 ‘유럽 고용주’는 2011년 연구 보고서에서 근로자의 5분의 1만이 그들이 대답하는 설문응답이 실제 반영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짧은 설문조사가 회사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매니저들은 ‘락그룹 프린스냐 마이클 잭슨이냐’를 고르라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동지애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설문에 대한 대답이 자칫 자신들의 커리어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 회사 운영에 반영
메티스사의 조이너는 간단한 설문이 대화와 약간의 실행으로 옮겨지곤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근무용 의자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설문이 실시된 후 2주 이내에 사무실에 비품이 달라졌다고 조이너는 말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건강관련 회사 ‘리미어드’는 115명의 직원들에게 ‘TinyPulse’ 를 통해 설문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답은 익명으로 했다. 회사는 이 결과를 가지고 격주로 열리는 회사 미팅을 통해 토론하고 있다.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 향상 방안에서부터 휴일 파티 아이디어까지 다양한 주제로 설문지를 받고 있다.
‘리미어드’의 헨리 앨브레츠 대표는 매주 실시되는 설문에서 다소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고 밝혔다. 앨브레츠 대표는 예를 들어 본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일수록 행복도가 본사 직원들의 행복도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본사가 아닌 지사 근무자들은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특별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본사와 더 가깝게 연결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실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지사 근무자들이 본사와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분위기 파악 가능
시카고의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보도리’에서는 종업원들이 주마다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혹시 직원이 알아야 할 회사 일을 전혀 모르는 것이 있느냐?”와 같은 질문이 포함돼 있다. 이 회사는 ‘knowyourcompany.com’를 설문조사 기구로 이용하고 있다.
‘보도리’의 공동 창업자 겸 부사장으로 일하는 그랜트 가츠나우어는 직원들의 대답을 익명으로 하기는 하지만 직원들은 꺼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간부들이 회사의 미래 비전에 대해 투명하게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회사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목표를 명확하게 전달해 줬다.
가츠나우어 부사장은 “어떤 때는 다소 두려울 때도 있다. 내가 꼭 이런 대답을 알아야 하는가 등에 대한 두려움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어스 홀딩스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끝나면서 느끼는 스토어 직원의 기분을 측정하기 위한 ‘프로젝트 무드링’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일을 끝내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색깔로 표시된 버튼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멈출 수 없음’ ‘그저 그러함’ ‘지쳤음’ ‘황당함’ 등의 감정을 색으로 표시했다. 시어스는 매일 직원들의 기분을 측정해 연간 2,800만건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익명의 피드백은 일정기간 회사 소매 점포들에 걸친 근로자들의 기분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시어스가 이같은 분위기 측정에 나선 것은 직원들의 기분이 판매와 소비자 만족도와의 관계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직원의 행복도는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판매전략을 세우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어스는 직원들의 기분이 좋은 점포에서는 판매와 고객 만족도가 직원들의 기분이 나쁘거나 중간 정도의 점포보다 약간 높은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어스 측 대변인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 주의점
아이오와대학 티피 경영대학에서 종업원 관계를 연구하는 이안 크러포드 교수는 회사의 설문조사 내용이 너무 길면 근로자들이 대답하는데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업원들이 응답을 해도 아무런 조치나 반응이 없다면 종업원들은 설문에 회의를 느끼게 될 수 있다고 크러포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는 대화의 시작이지 모든 것의 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뉴욕의 물품개발 회사인 ‘퀄키’는 매주 “문제가 무엇인가” “이번주 누가 가장 멋진 리더십을 보여줬나”와 같은 짧은 질문을 종업원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15Five’를 사용하고 있다.
‘퀄키’의 인사과 로첼 디로는 종업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회전식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이런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면 직원들이 마치 숙제와 같은 기분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 ‘BlackbookHR’의 설문내용
- 어떤 대화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하나요?
- 돈과 인정 중에서 어떤 것을 더 좋아하나요?
- 만일 우리 회사의 브랜드가 영화배우였다면 어떤 배우가 좋을까요?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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