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결승전’ 뉴욕은 닉스 열풍·월드컵 티켓값은 고공행진
▶ 호텔 예약도 기대 이하…이민자 커뮤니티선 응원 열기

(뉴욕=연합뉴스)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주말인 6일 오후 인근에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매장엔 손님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2026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 월드컵 개막을 나흘 앞둔 7일 미국 내 분위기는 세계적인 축제를 앞둔 것 치고는 다소 차분한 모양새다.
오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48개국이 참가해 미국, 멕시코, 캐나다 등 3개국에서 104경기를 치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에서 미국은 75%에 해당하는 78경기를 자국 안에서 개최한다. 공동개최국 중 미국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과거 월드컵 개최국에서 볼 수 있었던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는 미국에서 아직 감지하기 어렵다.
결승전이 열리는 뉴욕만 봐도 지금 도시를 달구는 것은 축구보다 농구다.
미국프로농구(NBA) 뉴욕 닉스가 27년 만에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뉴욕은 사실상 '닉스의 도시'가 됐다. 맨해튼 거리 곳곳은 닉스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붐빈다.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과 스포츠 바에서도 월드컵보다 닉스 관련 뉴스로 넘쳐난다.
뉴욕에 거주하는 스웨덴인 이매뉴얼 시데아(42)는 월드컵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자국팀 경기가 열리는 몬테레이를 포함해 멕시코로 2주간 원정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개최 도시들의 준비는 분주하다.
시애틀은 엘리엇 베이 해상에 초대형 바지선을 띄워 축구 체험 공간과 대형 스크린을 갖춘 '시애틀 사커 셀러브레이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뉴욕시는 5개 자치구 곳곳에 공공 시청 공간을 조성했고, 댈러스와 휴스턴 등도 야외 팬 존과 응원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리오넬 메시' 효과로 축구 열기가 높은 마이애미에서는 해안가 공원마다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남미풍의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 축구 팬들 사이에선 이번 월드컵이 '축구 변방국'에서 벗어나 미국 내 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흥행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국의 높은 물가와 외식비·숙박비 상승으로 여행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월드컵 티켓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관람객들의 부담이 한층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티켓 가격이다.
뉴스위크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수천달러에 달하는 고가 좌석을 중심으로 미판매분이 속출하면서 개막 직전인 현재까지 상당수 경기에 수천장의 잔여석이 판매 중이다.
오는 12일 LA에서 열리는 미 대표팀의 개막전조차 2천200여석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좌석들의 최저가는 1천940달러(약 300만원)에 이른다.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부 경기 입장권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FIFA의 폭리에 동참하느니 동네 축구 경기를 보겠다", "비싼 경기장 대신 팬 존에서 공짜 스크린으로 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결승전이 열리는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과 뉴욕 맨해튼 펜스테이션을 오가는 왕복 열차비 '바가지' 논란이 불거지며 주민 불편이 고조됐다.
뉴저지 교통당국은 평소 12.9달러(약 2만1천원) 수준이었던 왕복 열차 요금을 월드컵 기간 150달러(약 23만4천원)로 올렸다가, 반발이 일자 105달러(16만4천원)로 낮췄다.
미국호텔숙박협회(AHLA)가 지난 4일 발표한 설문 결과를 보면, 미국 호텔 업계의 약 80%가 월드컵 기간 예약률이 초기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고 답했다.
캔자스시티에서는 10곳 중 9곳이, 샌프란시스코·시애틀·보스턴·필라델피아에서는 약 80%의 호텔이 예약 부진을 우려했다.
강화된 안보 조치와 이민 단속 논란도 축제 분위기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번 대회는 미 정부가 지정하는 최고 수준의 보안 행사인 '국가 특별 안보 행사'(NSSE)로 운영된다.
경기장 일대에선 경기 당일 교통 통제와 출입 제한이 예고됐다. 연방당국은 드론과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결승전 개최를 앞둔 뉴욕시는 주요 기차역, 지하철역, 타임스스퀘어 등 곳곳에 경찰 배치를 대폭 늘렸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경기장 배치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과 비자 발급 지연이 원정 팬들의 미국 방문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샌프란시스코 관광청은 지정학적 요인이 미국행 관광객 유치에 역풍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민자들이 많은 LA 인근 소파이 스타디움의 식음료 부문 노조는 신변 안전 우려로 파업 찬반투표에서 96%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미국과 갈등 관계인 이란 대표팀은 당초 미 애리조나주에 마련하려던 베이스캠프 계획을 접고 멕시코 티후아나로 변경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월드컵 열기가 조금씩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축구에 '진심'인 중남미 출신 이민자가 많은 뉴욕 퀸스와 마이애미, LA 일대에서는 각국 국기와 대표팀 유니폼을 내건 식당과 술집들이 단체 응원 준비에 한창이다.
일부 미국 언론은 미국 축구의 성장 자체가 이민자 공동체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며 이번 대회를 사실상 '이민자들의 월드컵'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 축구 팬층의 상당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다. 뉴욕 퀸스와 뉴저지 북부의 브라질·포르투갈계 거주지역에서는 응원 행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미 대표팀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경기 입장권을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한인 커뮤니티의 합동 응원전도 펼쳐진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11일과 18일, 24일 LA와 시애틀 등지에서 응원전과 한국 문화 공연 등이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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