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업은 제약회사 매니저…입양 시민단체 A4J서 사면 캠페인 주도
▶ “모든 입양인에 시민권 부여하는 법안 통과시키는 게 목표”
![[동포의 창] ‘시민권 없는 입양인’ 보듬는 안진수 활동가의 끝없는 사투 [동포의 창] ‘시민권 없는 입양인’ 보듬는 안진수 활동가의 끝없는 사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5/21/202605211701066a1.JPG)
(서울=연합뉴스) 입양 시민단체 ‘정의를 위한 입양인’(A4J)에서 사면 캠페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니콜라스 벤자민 그린(한국명 안진수) 씨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5.22
"때로는 상처받고 숨어버리는 이들도 있지만,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사연을 세상에 알리며 스스로 챔피언이 되는 입양 동포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 때문이죠."
입양 시민단체 '정의를 위한 입양인'(Adoptees for Justice·A4J)에서 사면 캠페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니콜라스 벤자민 그린(한국명 안진수·45) 씨는 본업은 제약회사 매니저이지만, 퇴근 후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포들을 위해 발로 뛴다.
재외동포청 주최 '2026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참석차 최근 방한한 안씨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미국에서 유령처럼 존재하는 '시민권 없는 입양인'들의 절박한 현실과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과정 등을 털어놨다.
북캘리포니아 지역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안씨가 현재 주력하는 핵심 활동은 사면 캠페인이다.
과거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중 양부모의 행정적 실수나 2000년 제정된 '입양인 시민권법'(ACA)의 특정 연도 출생자 배제 조항 탓에 성인이 돼서도 시민권을 얻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이 없는 입양인은 사소한 법적 문제나 범죄 경력만으로도 보호막 없이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한다.
안씨는 "아직 이들을 보호할 연방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방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주지사로부터 개별 사면을 받아내는 것"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입양인들을 1대 1로 상담해 구제하는 지원 업무를 해왔다"고 전했다.
A4J 등 시민단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별적 사면을 넘어 모든 입양인에게 소급해 시민권을 부여하는 연방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는 기존 '입양인 시민권법'(ACA)의 명칭이 '입양인 및 미국 가족 보호법'(PAF)으로 변경됐다.
그는 "법안에 명시된 실질적인 정책 내용은 같다"며 "이름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딱딱한 시민권 문제보다는 '가족이 함께 머물러야 한다'는 가족 결속의 중요성에 대중과 정치권의 초점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편적인 가치에 호소하는 전략 덕분에 해당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로부터 공동 발의를 끌어내는 등 견고한 초당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회의 문턱을 넘는 것은 여전히 험난하다.
"PAF 법안이 목숨처럼 중요하지만, 수백 개의 법안이 쏟아지는 미국 의회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특히 이민자와 강제 추방 문제가 민감한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법안 표결을 앞두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지연되거나 보류된 채 다음 해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안씨는 인터뷰에서 사면 캠페인 중 만난 추방자들의 가슴 아픈 현실과 그 안에서 피어난 강인한 연대의 사례들을 공유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 잠시 거주할 당시 강제 추방돼 모국으로 돌아온 2명의 한인 입양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 버려진 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으며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 머물기를 원했다. 안씨는 그들의 심적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했다고 밝혔다.
반면, 추방이라는 극한의 절망을 딛고 일어나 스스로 권익 운동의 선봉장이 된 '챔피언'의 사례도 존재한다.
안씨에 따르면 시민권이 없어 필리핀으로 강제 추방당한 한 입양인은 무기력한 피해자로 남기를 거부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A4J가 미국 의원들과 진행하는 화상 회의에 참여해 "제도의 허점으로 추방당한 산증인"이라고 외쳤다.
입양 동포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온 그이지만, 개인의 정체성 탐색 여정은 오히려 매우 담백하고 현실적이었다.
2022년 '모국 투어'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이듬해 서울에서 열린 500여명 규모의 '세계한인입양인협회'(IKAA) 행사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동포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특히 2023년 8월, 그는 서울로 이주해 2024년 4∼5월까지 약 1년 가까이 한국에서 거주했다. 안씨는 이 시기를 두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했던, 반드시 긁어야만 했던 가려움을 완전히 해소한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체류 중 국가아동권리보장원과 홀트아동복지회를 차례로 방문해 출생 기록과 입양 서류 등을 열람했지만 유의미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삶에 충분히 만족하기에 과거에 얽매이거나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친가족과의 연결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열어두는 이유도 "나이가 들며 암과 같은 유전적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생물학적 가계도를 확인해 위험에 대비하고자 한다"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다음 행보를 묻는 말에 특유의 모험심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그동안 1대1로 개인을 돕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면, 조만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입법 현장을 눈으로 경험하고 대표자들을 대면해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고 경험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제가 동포들을 돕는 방식이니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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