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열기가 뜨겁다. 멤버 7명 전원이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앨범 발매까지 4년이 흐른 후 그들은 건강한 완전체 모습으로 전 세계의 팬들 앞에 섰다. 앨범 발매를 위해 그들은 미국 LA에서 두 어 달을 함께 생활하며 곡을 만들고 많은 음악인과 호흡하며 완성했다고 한다.
그들 멤버 중 리더인 RM은 말한다.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자신뿐 아니라 멤버와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내적인 힘과 대등하게 호흡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걱정하는 팬들을 향해 그렇다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든 건 아니고 어떻게 좌절의 순간들을 극복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들에 대한 희망의 말로 공백기 동안 가졌던 그만의 생각을 잘 표현했다.
그들은 또 이야기했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다가 잊혀지는 환호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고 토로하며 세계적인 명성 앞에 있는 그들만의 힘, 그들만의 소울이 느껴지는 음악이 실망으로 다가간다면 그때의 좌절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1등만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그들의 무기인 관계의 충실함으로 이겨냈으리라는 짐작은 리얼 비디오에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잘 이겨냈고 다시 대중 앞에 세계의 팬 앞에 당당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곡 중의 하나인 ‘SWIM’은 BTS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이라면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SWIM은 반복적인 리듬을 사용해 연속적인 흔들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성장기 아픔과 희망이 동시에 묻어나오듯 하다. 그에 반해 아리랑은 처음에는 빠른 비트로 현혹하더니 후렴 부에 아리랑 자락을 요란한 사물놀이의 꽹과리 소리와 함께 넣어 강한 집단 속 결집을 요구했다. 그것도 한국말로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려 애썼다. 아리랑은 순수한 사랑과 외로운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이 함께 묻어나는 전통가요다.
내 입에서 흥얼거리는 아리랑은 아마 내 어릴 적 할머니의 마른 입매에서 조용히 구슬프게 흥얼거리셨던 중얼거림이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입에서 그리고 내 아이들의 입에 그대로 녹아 내려간 그 흥얼거림이 이 대단한 그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한국의 구슬픈 그리움을 넘어 이제는 전 세계인의 입에서 함성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아리랑은 그리운 가족, 엄마를 부르는 이름과 같다. 아리랑을 내뱉는 순간 엄마의 모습이 자동으로 각인되는 건 나만의 기억소환만은 아닐듯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 그 시절 놀았던 친구의 모습도 떠오르고 어디선가 본듯한 동네 분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시는 모습도 그려진다. 손을 옆으로 올리며 고개를 반쯤 돌리고 어깨를 살짝 들어 올리며 아리랑과 함께 느리게 좌우로 흔들어지는 한국인만이 아는 그 춤사위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특별히 누군가에게 배운 동작도 아니다.
그 아리랑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멕시코 궁전 앞에 몰린 팬들은 단순히 노래 한 소절, 긴 연설을 듣기 위해 몰려든 것이 아니다. 그저 조그만 베란다에서 손을 흔들며 짤막하게 인사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큰 광장에 모인 모습은 마치 컴퓨터로 조작을 했다고 믿을 만큼 가히 엄청난 인파와 인사 한마디에 터지는 함성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광경이 되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절대 금기시된 아리랑이 한국말로 떼창의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동방의 작은 나라, 적들의 침범으로 시달렸고 불과 70여 년 전에 두 나라로 동강 끊어진 아직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하지 않은 나라, 그런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와 힘찬 경제력, 거기에 강한 정치 리더십까지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그야말로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가는 한국, 언제까지 한국의 명성이 나갈 것인지 이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우리처럼 한국을 떠나온 이민자들은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그리움이라는 아리랑이 있다.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든 부모를 떠나온 2세대가 되었건 머리 검은 동양인이 노란 머리 틈에 끼여 살아가야 하는 그 다름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언제나 내 조국 대한민국을 가슴에 안고 한국인으로서 강한 긍지를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셨던 이민 1세대, 얼굴은 한국인이지만 사고는 미국인으로 이중적인 잣대로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2세대.
이렇게 벅찬 가슴으로 아리랑을 부르게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도 할머니의 아리랑이 귓가를 맴도는 건 비단 나만의 흥얼거림이 아닐 것이다. 아리랑의 ‘아~라리요’라는 속삭일듯한 가사가 둥실둥실 어릴 적 마당으로 들어간다. 쪽진 할머니의 입에서 조용하고 구슬픈 그리움이 흐르고, 살며시 올린 단아한 어깨춤 위로는 BTS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아리랑이 크고 강하게 울려 퍼진다.
<
김지나 엘리콧시티,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